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여파로 전국 4년제 사립대들이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들의 운영손익은 정부가 ‘반값 등록금’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운영수지 적자에 따른 재정난 심화로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대학들의 재정투자가 감소하고 있어 고등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일 발표한 ‘사립대학교 재정 운영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56개 사립대는 155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립대의 운영 수익 합계는 2011년 14조 9469억 원에서 지난해 16조 7358억 원으로 1조 7889억 원(12%) 늘었다. 같은 기간 국가장학금은 3508억 원에서 2조2107억 원으로 530% 증가했다. 전체 운영 수입에서 국가장학금을 제외할 경우 실질 운영 수익은 오히려 같은 기간 710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사립대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3조 1795억 원이지만 국가장학금 2조 2107억 원을 제외한 실질 국고보조금은 9688억 원에 불과하다.
실질 운영 수익은 대학의 전체 운영 수입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고보조금에서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정부는 2011년부터 국가장학금을 확대하는 대신 사실상 대학 등록금을 동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늘어났지만 대부분 학생 지원을 위한 국가장학금이어서 대학 운영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사립대들의 운영수지는 2011년 8054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2017년 2066억 원이던 적자 규모는 2019년 189억 원으로 줄었으나 2020년 1362억 원, 지난해 1555억 원으로 다시 증가세다.
이 같은 적자 행진은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수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 반해 물가 상승에 따라 인건비, 관리 운영비 등 비용은 해가 갈수록 늘었기 때문이다. 사립대들의 실질 운영 수익은 2011년 14조 5961억 원에서 지난해 14조 5251억 원으로 0.5% 감소하고 운영 비용은 같은 기간 13조 7907억 원에서 16조 6722억 원으로 20.9% 증가했다. 등록금·수강료 수입은 2011년 11조 554억 원에서 지난해 10조 2007억 원으로 7.7% 줄었다. 반면 보수·관리 운영비는 같은 기간 9조 7405억 원에서 11조 254억 원으로 13.2% 늘었다.
사립대들이 운영 수지 적자로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재정투자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립대가 실험·실습비, 도서 구입비, 연구비, 학생 지원비 등에 투자한 규모는 2011년 1조 768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4218억 원으로 19.6% 감소했다.
사립대를 중심으로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자 정부는 고등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11조 2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초중고교 예산으로만 쓰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교육세 일부인 3조 2000억 원을 끌어와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야당과 시도교육청들이 반발하고 있다.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대학들이 2011년 이후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교육을 위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면서 “고등교육의 만성적인 운영 수지 적자를 해소하고 대학의 적극적인 투자를 위해 절대적인 규모의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