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흑자경영 비결은 주부님들과 척지지 않는 것'… 오아시스 비결 들어보니 [시그널]

저렴한 유기농 식품으로…100만 회원 돌파

온오프라인 융합 운영으로 재고 0% 추구

제조·IT 기반으로 경영 효율 뒷받침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가 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서경인베스트포럼에서 돈 잘 버는 플랫폼 스타트업의 전략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권욱 기자안준형 오아시스 대표가 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서경인베스트포럼에서 돈 잘 버는 플랫폼 스타트업의 전략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권욱 기자




지난 16일 8회 째를 맞은 서경 인베스트포럼. 포럼의 한 세션은 항상 투자업계가 주목할 만한 기업과 기업인이 등장하는데요. 투자의 혹한기인 지금 그 중에서도 가장 추운 계절을 보내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특이하게 무차입 흑자경영을 하는 오아시스가 이날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날 지면에 다 못 담은 오아시스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유기농 식품이 일반 식품보다 싼 곳


오아시스는 특이하게 3040 엄마들이 모여있는 맘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알려지기 시작한 이커머스 입니다. 자체 온라인몰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61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데요.

컬리나, 쓱닷컴 등 공룡들이 지배하는 식품 이커머스 분야에서 오아시스는 아직 작은 존재입니다. 그 속에서 오아시스가 주장하는 최고 강점은 유기농 식품을 대형 마트보다 저렴하게 판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우유·두부 같은 ‘기본템’ 이 대형 마트의 일반 식품보다 싸게 나옵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안준형 대표는 “제주우유가 오아시스 마켓에서는 1000원~2000원 초반인데 다른 곳에서는 4000원에 팔아야 한다”면서 “국산 두부도 오아시스에서는 2팩에 2200원이지만, 다른 곳은 4000원에 사야 한다”고 사례를 들었습니다.

상품 구색으로 본다면 당연히 대형마트가 오아시스보다 더 많겠지요. 하지만 대형마트는 일반 식품과 유기농 식품을 함께 팝니다. 자연히 유기농 식품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일반 식품보다 싸게 팔 수 없게 됩니다. 오아시스는 이 점을 간파한 것이지요.

안준형 대표는 “기본 식품을 반복 구매하다가 다른 제품 구매로 넓히는 충성 고객이 된다”면서 “회원수는 경쟁자보다 적지만 반복 구매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9월 말 기준 오아이스 고객은 110만명을 갓 넘겼습니다.



환불은 무조건…가장 까다로운 주부 입맛을 맞춘다


하지만 주부님들은 가격만 싸다고 단골이 되진 않죠.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곧바로 맘카페와 오아시스 몰 후기에 남을 테고, 이는 곧바로 다른 고객들이 참고한 뒤 외면하게 됩니다.

오아시스는 환불 정책이 단순합니다. 고객이 직접 메인 홈페이지에 들어가 환불을 처리합니다. 고객센터를 거치며 환불이 안 되는 경우를 없애기 위해서죠. ‘환불이 되네 마네, 환불 과정에서 배송료를 내네 마네’ 하면서 실랑이 하는 자체가 고객 확보에 짐이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안 대표는 “저희는 고객과 척을 지지 않는다. 주부님들과 싸우지 않는다”고 몇 차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공산품이 아닌 농수산 및 육류의 품질을 균일하게 할 수 있을까요. 상품 설명에 사과가 달다고 했는데, 내가 주문한 사과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죠. 실제로 이커머스 강국인 국내 시장에서도 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은 아직 25%에 불과합니다. 전체 평균이 6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갈길이 멀지요. 특히 신선 식품은 훨씬 더 어려운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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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는 “저희가 맛있는 사과를 동봉해도 배송 과정에 기후변화로 고객 불만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 “계속 당도 선별, 품질 검사 등 손이 많이 들어간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간 유통망 없애고 온오프라인 융합했더니 재고율 0%


신선식품은 하루가 다르게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버릴 수 없어 싸게 팔면 품질이 낮아지며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악순환이 되죠. 오아시스는 놀랍게도 재고율 0%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비결은 간단합니다. 일단 산지에서 직접 매입합니다. 하루 정도 온라인에서 판매한 뒤 남은 것을 다음 날 아침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합니다. 이렇게 해도 앞 단계에서 시간을 줄였기 때문에 떨이가 되지 않습니다. 온라인 주문이 몰리면 오프라인에 있는 상품을 갖다 팝니다. 그래서 오아시스의 MD 조직은 상품군 별로는 구분되어 있지만, 온·오프라인 구분은 없습니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습니다. 일단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기 위해 상품기획자(MD)가 일일이 산지를 찾아 ‘다소 거친’ 생산자들과 협상해야 합니다. 사실 중간 도매상들이 이미 생산자들을 꽉 잡고 있는데 이들을 제치고 좋은 물건을 싸게 사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오아시스 성남 물류센터에 있는 선별 로봇/오아시스 유튜브 캡쳐오아시스 성남 물류센터에 있는 선별 로봇/오아시스 유튜브 캡쳐


로봇은 누구나 있다?…비결은 소프트웨어


오아시스의 모회사는 대기업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지어소프트 입니다. 창업자 김영준 이사회 의장은 반도체 엔지니어였습니다. 제조업에서 흔한 재고관리시스템이나 출고시스템을 소프트웨어로 잘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아시스의 두 로봇을 보여줬습니다. 하나는 일명 픽킹 로봇으로 불리는 데요. 배송할 물품 상자를 크기별로 로봇이 선별해 쌓는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많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 같은 로봇을 쓰고 있지요. 그런데 안 대표는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로봇 기계)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면서 “실제 현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적용이 어렵고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무인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무인 매장이라고 해도 고객이 직접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야 하는데요. 오아시스는 마치 공항 검색대처럼 상품을 보내면 자동으로 상품 정보가 찍히는 방식 입니다.

오아시스는 줄줄이 상장 철회가 이어지는 공모 시장에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알짜 경영을 하는 회사로 장점이 많지만, 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충성 고객이라는 ‘주부님’ 역시 계속해서 좋은 물건을 싸게 잘 배송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자에 넘어갈 수 있죠. 최근에도 한 맘 카페에는 ‘오아시스도 비싸다. 홈페이지에 비해 모바일 주문이 잘 안된다. 다른 곳 없느냐’는 글이 올라왔더군요. 이 기사를 쓰는 20일은 이미 이마트의 ‘쓱세일’에 사람들이 몰렸고요. ‘기본에 충실 하겠다’는 안 대표의 다짐이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오아시스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보일 무인 결제 시스템/오아시스 유튜브 캡쳐오아시스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선보일 무인 결제 시스템/오아시스 유튜브 캡쳐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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