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글로벌 위기에 맞선 G20의 연대와 단합을 향하여

이도훈 외교부 2차관

다자경제 외교의 場 'G20정상회의'

러의 우크라침공 이후 구심점 잃어

G20초기 국제공조 정신 회복 절실

韓 '보호주의 자제' 의미있는 제안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 /외교부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 /외교부




‘신들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5~1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기후위기, 공급망 분절화, 코로나19, 식량·에너지 위기, 고인플레이션 지속 등 전례 없는 복합적 도전 속에서 ‘함께하는 회복, 보다 강한 회복’을 주제로 개최됐다.

2008년 이래 개최돼온 G20 정상회의는 가장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다자 경제외교의 장으로 우리 정상도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복합 위기를 맞아 어느 때보다도 국제사회에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G20이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가 간 입장 대립이 심화하면서 G20 협력이 구심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에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화함에 따라 G20의 연대와 단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이런 도전적 상황 속 윤석열 대통령의 첫 G20 정상회의 참석은 세 가지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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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윤 대통령은 정상 간 현장 외교를 통해 G20의 국제 공조 정신을 되살리기 위한 가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는 제1차 G20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 제한 합의를 이끌어냈던 경험이 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가격 안정을 저해하는 보호조치 자제를 제안하며 G20 출범 초기의 강력한 국제 공조 정신을 되살려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응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이번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한중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이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새로운 한중 관계의 발전 의지를 확인하고 복합 도전의 공동 극복을 위해 고위급 대화를 정례화하는 등 한중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둘째, 윤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이 인류 공동의 번영과 국제사회 발전을 위해 책임 있게 기여해나가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국가상을 제시했다. 에너지·보건 분야 등에서 저소득?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국제 연대?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그간의 기여와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셋째, 윤 대통령은 극적인 G20 정상 선언문 타결을 통해 위기에 처한 G20 차원의 협력을 복원하고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G20 프로세스는 대(對)러시아 규탄 문안에 대한 이견으로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이처럼 각료 차원에서 도출 실패한 합의를 정상 차원에서 되살렸다는 것은 복합 위기 상황에서 협력 의지를 G20 정상들이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는 G20에서 ‘자유·평화·번영’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글로벌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한때 우리가 G20의 일원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감격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G20에서는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국제 보건 체계 강화 노력 동참 등 글로벌 기여를 꾸준히 증대해온 우리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왔다. 지정학적 문제로 G20 내 협력 여건이 악화된 올해에는 더욱 그랬다.

글로벌 위기에 대한 공동 해결을 요구하는 국제 여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G20의 리더십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G20 핵심 당사국으로서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연대와 협력을 위해 소임을 다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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