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여소야대가 위기 극복 발목잡아…'설득의 리더십' 절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경제 원로의 고언

레이건·오바마, 하루 시간 8할은 野 의원 불러 정책 설득

저출산·고령화 대응 시급…국민 37% "협치가 위기 해법"

5개년 계획도 끊임없이 소통…現정부 적극 대화 나서야

추경호(왼쪽부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식 제4대 부총리 겸 전 재정경제원 장관, 안승철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21일 서울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권욱 기자추경호(왼쪽부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식 제4대 부총리 겸 전 재정경제원 장관, 안승철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21일 서울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권욱 기자




역대 경제 수장들이 “우리 경제가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며 “야당과 긴밀히 소통해 정책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행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가 갈수록 심해져 경제 해법을 구해도 실행 자체가 어렵다며 야권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요구했다.

21일 역대 부총리 및 경제 부처 장관 24명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7명은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와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50주년 행사 이후 10년 만에 이날 다시 모인 이들은 한국 경제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인식을 같이했다. 권오규 제6대 부총리 겸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금은 경제와 안보·에너지·보건·인구 등 이런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들이닥친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위기”라고 규정했고 장병완 제7대 기획예산처 장관은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성장 동력의 전환, 보호무역주의와 자원 국가주의의 강화,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문제 등 우리가 도전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회의 여소야대 지형을 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장 전 장관은 “행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가 진행되며 (위기를 극복할) 해법이 나와도 그걸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 큰 과제”라고 우려했다. 강경식 전 장관 역시 “내가 일할 때와 달리 여소야대인 지금은 정책 집행 자체가 보장이 안 된다”며 “내후년 총선까지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는데 이 허들을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지 정말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로널드 레이건, 버락 오바마 등 미국 대통령을 보면 하루 시간의 8할 이상을 야당 의원들을 일대일로 불러 정부의 정책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며 “우리 정부도 이런 설득하는 노력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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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경제 전문가들도 협치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KDI가 이달 초 국민 1000명과 경제 전문가 40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국민 96.3%와 경제 전문가 97.0%는 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민 36.9%와 경제 전문가 29.1%는 “진영 논리를 벗어난 상생 정치를 통해 이번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38.2%)’ 다음으로 협치를 꼽은 것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언론과의 소통 노력이 부족하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인사는 “많은 국민이 ‘이번 정부는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한마디로 정책을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 5개년 계획 수립에 직접 참여한 장관들은 “(1962년에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정치권과 경제 전문가, 국민, 언론과 끊임없이 소통했다”며 “현 정부도 전문가뿐 아니라 국민과도 격의 없이 소통에 적극 나서라”고 제언했다.

추 부총리는 “야당 의원들께 정부 입장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대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야당과의 이견이 극심한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을 감안해서 만들었기에 국회도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야당과의 협상에 전력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플랜 B를 말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특히 증권거래세를 0.15% 낮추는 조건으로 금투세를 2년 유예하겠다는 야당의 제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는 야당이 불쑥 1조 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안을 제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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