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예고한 파업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시멘트·레미콘 업체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원자잿값 급등과 고환율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최악의 한 해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이번 파업 사태가 또 한 번의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 6월 업체들은 파업 사태로 수천억 원대 피해를 입은 바 있어 파업을 대하는 눈초리는 더 싸늘한 모습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오는 24일 집단 ‘운송 거부’(총 파업)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말로 예정된 안전운임제 일몰을 폐지하고 차종과 품목을 넓혀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아울러 전국철도노조도 23일부터 동조파업에 나설 전망이다. 이렇듯 도로와 철도 등이 동시에 막히면 시멘트 공급은 사실상 끊길 수밖에 없다고 업체들은 보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시멘트 업체들이다. 시멘트를 레미콘회사에 실어나르는 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가 안전운임제 대상이며 이 중 화물연대에 속한 운송 차주들이 있다. BCT 차량은 총 3000여 대로 추산되며 이 중 약 1000대가 화물연대 차주로 알려진다. 물론 절대적 규모로만 30%에 불과하지만 파업이 있을 경우 화물연대 측이 운송을 방해하거나 공장의 출입을 차단하는 등 행위가 발견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 회사들의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파업을 더 불편하게 대하는 양상이다. 가령 업계 1위 쌍용C&E(쌍용씨앤이)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2%나 줄었다. 한일시멘트도 이번 분기 영업이익이 24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6.1% 빠졌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데에서 원화 가격이 떨어져 업체들 이익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 리스크’까지 더해질 경우 역대 최악의 실적 가능성이 제기된다.
9~12월은 이들 업체의 성수기라는 점도 불만을 키우는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9~12월 초까지는 평시 대비 출하가 20% 이상 늘어난다”며 “한 해 실적을 결정하는 성수기에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체들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레미콘 운송 차주들이 직접 파업에 나서는 건 아니지만 시멘트 공급이 끊기면 공장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올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레미콘 업체들은 하루 수백억 원의 매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파업과 관련해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과 함께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