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小雪인데 낮기온 18도…스키장 개장 미뤄지고 모기에 밤잠 설쳐

■때아닌 고온…이상기후의 역습

낮 10~20도 웃도는 따뜻한 날씨에

강원 스키장들 개장 무기한 연기

12월 코앞인데 모기떼까지 기승

패딩판매도 부진…패션업체 울상

전문가 "이상기후 주기 짧아져" 경고

이상기후에 연일 봄처럼 따뜻한 한낮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21일 오후 겉옷을 손에 든 시민들이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이상기후에 연일 봄처럼 따뜻한 한낮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21일 오후 겉옷을 손에 든 시민들이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에도 전국의 낮 기온이 10~20도를 웃도는 등 이상고온현상이 이어지며 일상생활 곳곳에 변화가 오고 있다. 겨울철 성수기 개장을 준비하던 스키장은 따뜻한 날씨에 일정을 무기한 미뤘고 패딩 등 겨울 용품 판매를 준비하던 기업들은 매출이 오르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다. 시민들은 때맞지 않게 활개를 치는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올해 기록적인 폭우와 가뭄으로 몸살을 앓은 데 이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습격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13도로 평년보다 5~10도가량 높은 따뜻한 날씨를 보였다. 낮 최고기온은 12~18도로 평년에 비해 4도 이상 웃돌았다. 특히 제주는 20도 이상의 최고기온을 기록하며 평년보다 5.1도 높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차가운 제트기류가 현재 북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어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고 있다”며 “서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대기 하층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고온으로 인한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의 스키장들은 개장을 연기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용평리조트의 경우 4일부터 제설기 100여 대를 설치해 인공 제설을 시작하는 등 개장 준비를 해왔지만 높은 기온이 이어지고 비가 예보되면서 개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강원도 정선군의 하이원 스키장, 평창군의 휘닉스평창 스키장도 개장을 미뤘다. 강원 지역 스키장 대부분이 12월 첫째 주까지 개장을 미룰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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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빙어 축제를 준비하는 강원도 인제군도 긴장하고 있다. 6~7m의 깊은 수심에서 진행되는 인제빙어축제는 얼음 두께가 25㎝ 이상 충분히 얼어야 하는데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제군은 절기상 대한(大寒)인 다음 해 1월 20일을 개최일로 정한 상황이지만 기후에 따라 일정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계속되는 따뜻한 날씨에 유통·패션 업계도 울상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롯데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줄었다. 11월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던 현대백화점 역시 이달 1~21일 8.7%로 매출이 한 자릿수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아웃도어나 아동 의류 신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따뜻한 날씨 탓에 때아닌 모기도 기승이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채집된 모기는 1157마리다. 457마리였던 지난해에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낮 평균기온이 13도 이하로 떨어지면 활동을 완전히 멈추지만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 중인 이 모(32) 씨는 “어젯밤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12월이 다 왔는데 모기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전문가들은 ‘따뜻한 겨울’의 원인으로 이상기후를 꼽았다. 올해 발생한 최악의 폭우와 가뭄을 포함해 이상기후의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2016년에도 겨울의 기온이 높게 유지되며 각종 농산물에 곰팡이가 피는 등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6년 만에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여름 발생한 폭우처럼 일반적인 기후 규칙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가장 원천적인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권 공기의 약화다.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건율 기자·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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