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공전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기획재정위원회에 유경준 의원을 한시적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교부 장관으로 자리를 비운 박진 의원 대신 유 의원으로 선수를 교체해 협상 속도를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유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기재위에 박진 의원을 사임시키고 유경준 의원을 새로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유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유 의원은 기재위에 보임된 후 조세소위원회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신 현 조세소위 위원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조세소위에서 빠진다. 소위원장인 류성걸 의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유 의원은 소위원장 역할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가 유 의원에게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까지 유 의원이 기재위원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일 넉 달 만에 기재위 소위가 구성돼 국회가 정부의 세제개편안 심사에 착수했지만, 초반부터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자 경제 전문가인 유 의원을 전면에 내세워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일 조세소위는 2023년 세재 개편의 핵심인 법인세, 금융투자소득세를 심의했지만 여야가 이견만 확인하고 4시간 만에 산회했다. 조세소위는 이날 상속세법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이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연 매출액 1조 원까지로 늘리는 정부안에 대해 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하고 있다.
유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코넬대학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KDI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통계청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