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獨 자이스, 4년간 480억 투자해 한국에 반도체 R&D 둥지 튼다…삼성·SK 측면지원

176년 전통 세계 최고 광학 기술 기업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장비 협력 강화

반도체 웨이퍼·포토 마스크 측정 장비 개발할 듯

이노베이션 센터 문 여는 등 국내 진출 고삐

정현석 자이스코리아 대표가 23일 경기 동탄 자이스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한국 R&D 센터 구축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자이스 코리아정현석 자이스코리아 대표가 23일 경기 동탄 자이스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한국 R&D 센터 구축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자이스 코리아




세계적인 광학 기업 독일 자이스가 2026년까지 4년 간 480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한다. 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176년 전통 광학 기업이 R&D 현지화로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을 측면 지원하면서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저변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이스코리아는 23일 경기 동탄 '자이스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R&D센터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정현석 자이스 코리아 대표는 "자이스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전자 현미경과 반도체 장비를 연구할 수 있는 기지를 구축할 것"이라며 "내년 이 시설이 가동된 이후 핵심 고객사들과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846년 독일에서 설립된 자이스는 176년동안 빛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온 세계 최고 광학 기업이다. 특히 초미세 반도체가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첨단 반도체 장비 극자외선(EUV) 노광기 속 핵심 부품 '미러'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이스는 반도체 분야에서 미러 외 각 공정에 필요한 광학 장비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노광 공정 필수 소재 '포토 마스크' 성능을 검사하는 장비,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 위 미세한 오류를 잡아내는 측정 장비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늘려가는 추세다.



자이스가 한국에 R&D센터를 갖추는 이유는 반도체 측정 장비 제품군 확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들의 인프라가 모인 한국에서 이들을 측면 지원해 기술·장비 개발 속도를 앞당기며 고객사 신뢰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열악한 반도체 생태계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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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한국 고객사와 웨이퍼 품질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한 장비를 공동 개발 중"이라며 국내에선 반도체 웨이퍼, 마스크 측정 장비 위주의 R&D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이 곳에서 장비 개발이 완료되면 고객사가 구매해 주는 형태의 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가장 주목 받는 미러 분야 R&D는 독일 본사에서 집중할 예정이다.

자이스 코리아 동탄 이노베이션 센터에 설치된 CT 측정 장비. 사진제공=자이스 코리아자이스 코리아 동탄 이노베이션 센터에 설치된 CT 측정 장비. 사진제공=자이스 코리아


자이스 코리아는 R&D 설비 구축 외에도 지난해부터 회사 외연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작년 8월 주력 제품에 숨겨진 광학 기술을 소개하고 고객사에 협력을 제안하는 공간인 '이노베이션 센터' 운영을 시작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날 자이스 코리아는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취재진에 자이스의 광학 기술과 현미경 기술을 집대성한 각종 장비들을 소개했다. X-레이, 블루 발광다이오드(LED), 컴퓨터단층촬영(CT), 전자 현미경 등 자이스 원천 기술로 비(非)파괴 방식으로도 물체의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 오류를 잡아내는 기술을 공개했다.

이날 소개된 장비들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배터리, 전기차, 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 수요에 맞춰 개발할 수 있다. 박성진 자이스코리아 전무는 "고객사 R&D 연구소에서만 쓰였던 자이스 장비들이 품질 강화 기조로 양산 라인에도 공급되고 있다"며 "각종 사업 분야에서 측정 장비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생산성 개선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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