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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나를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뮤즈가 관계를 뒤집는 방법 '팬텀 스레드'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노미네이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다니엘 데이 루이스 은퇴작

‘매그놀리아’ 폴 토머스 앤더슨의 강렬한 러브스토리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팬텀 스레드' 스틸영화 '팬텀 스레드' 스틸




보통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서로를 아프게 하면서까지 가지려 하는 미친 사랑에 가깝다. 영화는 130분간의 이야기를 통해 집착과 광기의 사랑, 미묘한 관계의 전복을 물 흐르듯 그려낸다.

영화 ‘팬텀 스레드’(2017)는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특유의 미학을 펼쳐온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감독이 직접 촬영과 각본에 참여해 다방면으로 재능을 뽐냈다. 이 작품 역시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받고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됐다. ‘데어 윌 비 블러드’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감독과 두 번째 함께한 작품이기도, 그의 은퇴작이기도 하다.



1950년 런던 왕실과 사교계의 드레스를 만드는 의상실 우드콕의 디자이너 레이놀즈(다이엘 데이 루이스). 그는 우연히 시골 마을의 식당에서 종업원 알마(빅키 크리엡스)를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알마도 사랑에 빠지고, 레이놀즈의 모델 겸 연인이 되어 뮤즈로서 영감을 주는 관계가 된다. 달콤했던 사랑의 설렘도 잠시, 최고의 자리를 갈망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레이놀즈와의 생활에 알마는 답답함을 느낀다.

레이놀즈의 집에서 알마의 역할은 그가 하는 일에 방해되지 않게끔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다. 레이놀즈는 알마보다 경제적, 사회적 위치 모두 우위에 있는 인물이었고, 알마는 레이놀즈의 누나로부터 그의 과거 연인들처럼 하나의 부품 역할이 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알마는 조금은 특이한 여성이었다. 그는 버려지거나 레이놀즈를 떠나는 대신, 차에 독버섯 가루를 넣어 그를 아프게 한다. 건강이 악화된 레이놀즈는 어린 시절 이혼한 엄마의 환영을 본다. 그가 외로워하는 틈에 알마는 그를 간호하며 열린 틈을 파고든다. 이후 레이놀즈는 알마에게 청혼을 한다.



“일을 못하겠어 도저히. 집중이 안 돼. 자신감도 없고 걘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 우리 둘이 일군 의상실을 걔가 다 망치고 있어. 나도 망치고 있어. 누나와 멀어지게 만들고. 걔가 온 뒤로 우리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결혼 이후로도 여전히 두 사람은 비슷한 갈등을 빚는다. 알마는 레이놀즈를 사랑하는 나머지 그를 더 갖기 위해 아예 독버섯 오믈렛을 만든다. 레이놀즈는 그 독버섯을 알면서도 기꺼이 삼킨다.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씹어 삼키는 레이놀즈에 알마는 “난 당신이 쓰러져주길 원해요. 힘없이 나약하게 무방비 상태로. 내 도움만 기다리며… 그러고는 다시 강해지길 원해요. 죽진 않을 거예요. 당신은 좀 쉬어야 돼요”라며 집착을 드러낸다. 레이놀즈는 “키스해 줘 내가 아프기 전에”라는 말을 하며 스스로 파괴를 택한다.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완전히 전복되는 순간이다.



영화의 핵심은 두 사람의 관계 변화다. 알마 캐릭터는 레이놀즈의 권력에는 비할 바 못 되는 뮤즈이지만 레이놀즈의 이전 연인들과는 달리, 그를 변화시키는 인물이다. 물론 그 방식은 그를 무너뜨리는 것인데, 다소 그로테스크하지만 그것이 알마의 사랑 방식이었다.

레이놀즈는 결핍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 이혼한 엄마에 대한 기억에 머물러있어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했고, 누나와 함께 살며 그에 의지하는 인물이다. 결핍을 강박적으로 일에 몰두하면서 풀어낸 그는 모든 것을 갖췄지만 실은 불완전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런 그가 독버섯을 먹으며 역설적으로 불완전한 사람에서 벗어난다. 알마의 사랑 방식을 깨닫고, 그것을 수용하며 두 사람은 비로소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제목 ‘팬텀 스레드’는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실이라는 뜻이다. 두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실, 즉 운명과 사랑의 움직임을 유려하게 그린 감독의 연출이 빛을 발한다. 감독은 전작 ‘마스터’, ‘인히어런트 바이스’ 등 다소 현학적인 내용으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친절하고 단순한 서사 구조로 차곡차곡 감정과 관계를 묘사해내 감상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정성을 들이지 않은 장면이 없는 완벽한 미장센과 아카데미 의상상에 빛나는 우아한 미술은 영화의 일렁거림을 극대화한다. 잘 빚어진 두 사람의 무도회장 장면이 특히 백미다. 새해 전야를 맞아 춤추러 가고 싶다는 알마의 요청을 거절하고 집에 홀로 남아 생각에 빠진 레이놀즈는 알마를 찾아 무도회장으로 간다. 음악이 따스한 맥박처럼 뛰며 레이놀즈가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비추는 장면의 미장센은 정말 아름다워서 깊은 울림을 준다.

이 밖에도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 출신 조니 그린우드의 고급스럽고 따스한 음악은 절제된 상류층의 세계부터 오가는 사랑의 역학을 전율이 일 정도로 잘 표현한다. 짙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한 편을 권한다.

◆시식평 - 오래도록 일렁이는 무도회장의 빛깔이 이 사랑을 더욱 빛내준다.

+요약


제목: 팬텀 스레드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빅키 크리엡스, 레슬리 맨빌 등

장르: 드라마, 멜로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0분

국가: 미국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개봉: 2018.03.08





볼 수 있는 곳: 웨이브, 왓챠


이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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