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우승 후 연주를 하고 다니는 일은 대단한 업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음악을 못 듣는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 아무런 조건 없이 연주를 해 드리는 것이 대단한 업적이자 음악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손민수 선생님께도 그렇게 배웠습니다. 저도 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실황 앨범 ‘베토벤, 윤이상, 비버’를 발매하며 도이치그라모폰 레코딩 아티스트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28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임윤찬은 “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관객과의 소통이 담긴 라이브 앨범이 좋다”며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앨범을 내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지난 10월 광주와 통영에서 열린 광주시향과의 협연이 담겨 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수록됐다. 여기에 앙코르로 연주한 몸포우의 ‘정원의 소녀들’과 스크랴빈의 ‘2개의 서곡’ 중 1번, 음악 서곡 등 3곡이 포함됐다.
‘정원의 소녀들’을 직접 연주해 보인 임윤찬은 “원래 ‘황제’에는 감동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팬데믹을 겪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베토벤의 유서가 계속 떠올랐고, 베토벤이 꿈꾸던 유토피아나 혹은 그가 바라본 우주 같은 느낌을 받으며 인식이 바뀌어 꼭 선보이고 싶었다”고 선곡 이유를 설명했다. 윤이상의 ‘광주를 위하여’는 5·18민주화운동의 애도를 위해 선택됐다.
임윤찬은 “돈이 아니라 음악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음악관을 밝혔다. 그는 “소외된 분들에게 또 다른 우주를 열어드리는 과정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족하고 미숙한 내 연주를 통해 그 분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임윤찬은 다음 달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이날 공연에서는 올랜도 기번스의 ‘파반느와 가야르드’, 바흐의 신포니아 15곡,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과 ‘순례의 해 중 두 번째 해: 이탈리아’의 제7곡이 연주된다.
임윤찬은 “콩쿠르 곡을 해 달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더 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글렌 굴드가 좋아하는 기번스로 첫 곡을 시작하고, 어린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배우는 바흐의 신포니아를 글렌 굴드처럼 순서를 바꿔 연주한 뒤, 나와 평생 음악을 함께 한 리스트를 선보이겠다”며 공연을 예고했다. 향후 연주나 녹음을 하고 싶은 곡을 묻는 질문에는 “누구나 하지 않는, 작곡가의 뿌리가 되는 곡들을 하고 싶다”며 “쇼스타코비치의 프렐류드나, 내년 라흐마니노프의 해를 맞이해 에튀드를 전부 녹음해보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