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글로벌 수요 부진에…석화·해운업계 경영 ‘시계제로’[뒷북비즈]

■롯데케미칼 등 수천억대 적자 속

中 봉쇄·고금리로 4분기도 난망

대한유화 3000억 시설투자 미뤄

해운사도 SCFI 23주째 꺾여 다급

“공급과잉탓 운임 하락세 심화할 듯”

화물연대 파업에 물류마비 우려도





경기 침체로 인한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우리 수출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석유화학·해운 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신규 설비투자를 보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 3분기 들어 다수의 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4분기에도 수요 위축 상태가 이어지며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도 수요 위축에 따른 물동량 감소의 영향으로 올해 안에 해운업의 손익분기점이 깨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유화는 3000억 원 규모의 스티렌모노머(SM) 생산 시설 신설 투자의 보류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당초 올해 말까지였던 보류 기간을 한 차례 더 미룬 것이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최근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연말까지 투자 결정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시간을 더 두고 투자 시점을 지켜보기로 했다.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투자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유화는 2019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3000억 원을 들여 SM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9월에는 한화솔루션이 지난해부터 1600억 원을 투자해 추진하던 여수 산업단지 내 질산유도품(DNT) 생산 시설의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원자재 가격 부담과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NB라텍스 증설 사업의 완공 시기를 기존(2023년 12월 31일)보다 4개월 늦추고 투자 금액도 2560억 원에서 2765억 원으로 증액한다고 공시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3600억 원 규모로 계획했던 상압증류공정(CDU) 및 감압증류공정(VDU) 신설 투자 계획을 중단한 바 있다.



잇따른 투자 보류·철회의 직접적인 이유는 ‘업황 부진’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수출 비중은 60%에 달해 글로벌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했을 뿐 아니라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이어가면서 석유화학제품의 수요가 급감하며 불황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유가·고환율로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 등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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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일부 석유화학 업체들은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기준 영업손실 4239억 원으로 2분기에 이어 적자를 냈고 대한유화도 601억 원, 여천NCC도 166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4분기에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봉쇄정책이 내년 초까지 계속되고 세계 각국의 금리가 인상되면서 글로벌 수요 위축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국내 해운 업계도 시계 제로 상태다.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5일 기준 1229.90으로 전주 대비 5.9%(76.94포인트) 내렸다. 23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컨테이너 선적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SCFI는 올해 초 사상 최고치인 5109.60까지 치솟았지만 중국 춘제 연휴와 봉쇄 조치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현재 SCFI는 사상 최고치 대비 약 76% 하락한 수치로 2020년 8월 말 수준까지 후퇴했다.

문제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운임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해운시장 조사기관 알파라이너는 “공급과잉에 따른 유휴 선박은 글로벌 컨테이너 선대의 5%에 달한다”며 “내년 선사에 인도될 선박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요 회복이 없을 경우 운임 내림세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근 흥국증권 연구원은 “가을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유럽 항로를 중심으로 운임 하락이 가파르다”며 “미국·유럽 중심으로 구매력이 감소함에 따라 물동량 역시 운임과 함께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 ‘역대급’ 실적을 내던 HMM이 내년에는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 6867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분기별로 보면 소폭 감소하는 추세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3년에는 코로나 시기에 생긴 운임 프리미엄이 모두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HMM의 영업적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24일부터 화물연대 총파업까지 시작되면서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제품 특성상 탱크로리 차량으로 운송을 해야 하는데 파업 영향으로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해운 업계에서도 물류 마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업을 앞두고 화물을 평소보다 일찍 항만에 반입하는 등의 준비를 해뒀지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운송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윤 기자·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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