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보다 한 발 더 뛰어야 ‘알라이얀의 기적’도 가능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8위)은 3일 오전 0시(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을 갖는다. 승점 1점(1무 1패)에 그쳐 조 3위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포르투갈을 무조건 잡아야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를 따져볼 수 있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가나를 3 대 2로 꺾은 후 2차전에서 우루과이에 2 대 0 승리를 거둬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었다. 한국전에 최소 무승부만 거둬도 조 1위로 16강에 오른다. 하지만 H조 2위로 16강에 나설 경우 G조 1위가 될 가능성이 있는 브라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전에 힘을 온전히 뺄 확률은 높지 않다. 포르투갈의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도 “브라질은 16강 말고 그다음에 만나고 싶다”며 “한국전은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총력전을 예고했다.
포르투갈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선수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를 비롯해 브루누 페르난드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 등 경계해야 할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한국이 열세다. 축구 기록 전문 매체 옵타는 한국의 승리 확률을 19.3%로 낮게 점쳤다. 포르투갈의 승리 확률은 58.4%, 무승부는 22.3%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이변은 언제든 일어나게 마련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일본이 전차 군단 독일을 꺾은 것처럼 말이다. 한국도 4년 전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시 FIFA 랭킹 1위 독일을 2 대 0으로 잡는 ‘카잔의 기적’을 만들었다.
카잔의 기적이 가능했던 여러 이유 중 하나가 활동량이었다. 당시 한국 선수들이 뛴 거리 총합은 무려 118㎞로 독일보다 3㎞가 더 많았다. 이는 러시아 대회 조별리그 전 경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치였다. 이번 포르투갈전에서도 우리가 상대보다 한 발 더 뛴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알라이얀의 기적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의 활동량을 책임지는 ‘4개의 심장’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조규성·김진수·김문환(이상 전북)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FIFA의 경기 보고서에 따르면 황인범은 우루과이전(11.7530㎞)에 이어 가나전(11.9016㎞)에서도 11㎞ 이상 뛰는 엄청난 활동량을 보였다. 한국이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중원 싸움이 밀리지 않았던 데도 황인범의 역할이 컸다.
‘좌우 윙백’ 김진수와 김문환의 가나전 활동 거리는 각각 10.2757㎞와 10.6329㎞에 달했다. 두 선수도 2경기 모두 10㎞ 이상 뛰었다. 조규성은 스트라이커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11.0008㎞를 뛰며 부지런히 움직인 끝에 멀티 골을 기록했다. 그는 우루과이전에서는 후반 29분 교체 투입돼 약 2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2.7345㎞를 내달렸다.
벤투호의 ‘4개의 심장’을 비롯해 나머지 선수들이 마지막 1경기에 모든 것을 쏟는다면 제아무리 포르투갈이라고 할지라도 빈틈은 나오게 돼 있다. 4년 전 카잔의 기적을 만들었던 신태용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감독(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은 “독일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던 부분도 일대일 싸움에서 이길 수 없으니 뛰는 양으로 커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포르투갈전에서도 상대보다 뛰는 양이 많아야 한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90분 동안 기회는 언제든지 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