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눈물 흘리는 이란 선수들 다독인 미국…"진정한 스포츠 정신"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가 끝난 뒤 미국 유너스 무사(오른쪽)가 이란 라민 레자이안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캡처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가 끝난 뒤 미국 유너스 무사(오른쪽)가 이란 라민 레자이안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캡처




2022 카타르 월드컵 미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승리한 미국이 16강 진출을 확정하면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정치적 앙숙’ 관계지만 미국 선수들은 낙담하는 이란 선수들을 위로했다.



30일(이하 한국 시간)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은 조 편성이 결정됐을 때부터 관심을 끌었다.

양국은 핵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권 문제 등 정치적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왔다. 정치적으로 오랜 ‘앙숙’ 관계인 두 팀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이란 2-1 승)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 경기에서 다시 만났다.

특히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일어난 이란 반정부 시위로 이날 경기에는 ‘정치적 배경’까지 더해졌다.

이란에선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 숨진 사실이 알려지며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했다. 이란 선수들은 잉글랜드와 1차전 경기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반정부 시위대에 연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 두 팀의 경기 직전 미국 대표팀이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 인권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이란 국기 가운데 위치한 이슬람 공화국 문양을 삭제해 게시하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증폭됐다.



이란축구협회는 AP통신 관계자에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이를 FIFA 윤리위원회를 통해 따져보려 한다. 미국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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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 축구팬들이 미국과 이란 국기가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캡처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 축구팬들이 미국과 이란 국기가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캡처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 한 여성이 성조기 문양의 히잡을 쓰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 한 여성이 성조기 문양의 히잡을 쓰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당일 관중석과 그라운드에서 양국 간 살벌한 긴장감은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 팬들끼리 충돌하면서 수십 명의 경찰관이 출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성, 삶, 자유’가 적힌 옷을 입은 이란 팬이 보안 요원에게 제압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치러진 경기에서 미국은 1-0으로 승리를 거뒀고 이란은 1승 2패(승점 3)로 B조 3위를 기록,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30일 카타르 월드컵 B조 미국과의 최종전 패배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순간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이란의 사이드 에자톨라히(왼쪽)를 미국의 조슈아 서전트(오른쪽)가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캡처30일 카타르 월드컵 B조 미국과의 최종전 패배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순간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이란의 사이드 에자톨라히(왼쪽)를 미국의 조슈아 서전트(오른쪽)가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캡처


경기가 끝난 후 이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일부 미국 선수들은 이란 선수들을 위로했다.

미국 대표팀 공격수 조슈아 서전트(22·노리치 시티)는 상심한 이란의 메흐디 타레미(30·FC 포르투)의 손을 잡고 격려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는 사이드 에자톨라히(26·바일레)에게도 다가가 그를 다독였다. 또 미국의 팀 림(35·풀럼)은 그라운드에 누워있는 라민 레자에이안(32·세파한)을 위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1승 2무(승점 3점)로 B조 2위에 올라 같은 조 1위 잉글랜드와 함께 16강에 진출했다. 미국의 16강 진출은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8년 만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8강 진출에 도전하는 미국은 오는 4일 A조 1위 네덜란드와 16강을 치른다.

정미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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