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들이 그동안 부채를 너무 급격히 쌓아올려 채무 불위행(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세계은행(WB)이 경고했다.
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이날 국제채무보고서를 통해 121개 중·저소득 국가의 대외채무가 지난해 말 현재 9조 3000억 달러(약 1경 2300조 원)로 2010년의 2배가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이들 국가의 국민총소득(GNI)의 26%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이들 국가 중 세계은행 국제개발협회(IDA)의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가장 가난한 69개 국가(IDA 국가)의 대외채무는 총 1조달러로 10년 전의 거의 3배로 늘었다. 세부적으로 스리랑카의 대외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GNI의 69%로 2010년의 39%에서 30%포인트나 증가했고 잠비아는 같은 기간 이 수치가 22%에서 125%로 폭증했다.
특히 가난한 국가들이 국제기구가 아닌 민간 채권자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2021년 말 IDA 국가의 전체 공공 보증 대외채무 중 민간에서 빌린 비율은 21%로 2010년 대비 16%포인트나 증가했다. 세계은행은 "민간 채권자에게 빚진 부채는 더 높은 서비스 비용을 수반할 수 있고 위기 발생 시 다른 대출 기관보다 부채 탕감 프로그램 협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금융사 등은 국제기구보다 금리를 더 빠르고 높게 올릴 수 있고 채무 재조정 시에도 보다 깐깐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IDA 국가들이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파리클럽에 속하지 않은 국가에 갚아야 할 채무 비율이 급증한 것도 걱정거리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러시아 등 22개국이 속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저소득 국가의 채무 상환을 유예하는 등 채무 부담 경감 조치를 도입해왔다. 하지만 파리클럽이 아닌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채무 재조정에 소극적일 수 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개도국들의 진 빚이 늘어나고 세계경제 전망이 악화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나 중기적으로 암울한 전망"이라며 "개도국이 성장을 촉진하고 빈곤을 줄이는 데 돈을 쓸 수 있도록 채무조정을 신속하게 할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