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기재한 검사의 실수로 동명이인에게 선고된 음주운전 벌금형 판결이 14년 만에 파기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공소를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B씨는 2008년 10월13일 경기도 안산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56%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단속됐다. 같은 해 11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다. 그러나 벌금이 선고된 사람은 B씨와 이름이 같은 A씨였다. 담당 검사가 공소장에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을 잘못 기재한 것이다. A씨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약식명령은 그 다음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8월 이 사건에 비상상고를 제기했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총장은 확정된 판결에 법령 위반이 있을 경우 대법원에 비상상고할 수 있다. 대법원은 “당사자의 표시상 착오가 있는 경우 그 공소장에 기재된 사람에게는 공소제기의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약식명령이 그대로 발령·확정된 것은 법령에 위반된 심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