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나 FC바르셀로나 감독으로 갈 수도 있지만 크로아티아를 떠나지 않겠다.”
4년 전 자그레브에서 열린 월드컵 대표팀 환영 행사. 마이크를 잡은 즐라트코 달리치(56·크로아티아) 감독은 50만 군중 앞에서 자국 대표팀에 대한 헌신을 ‘맹세’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끈 그는 약속대로 크로아티아를 떠나지 않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을 8강에 올려놓았다.
8강전은 10일 0시(이하 한국 시각) 크로아티아-브라질, 오전 4시 아르헨티나-네덜란드, 11일 0시 포르투갈-모로코, 오전 4시 프랑스-잉글랜드 순이다. ‘파이널 포’를 노리는 개성 넘치는 사령탑들을 들여다봤다. 한국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 중에 이들 중 일부가 이름을 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두려움 모르는 달리치, 71세 최고령 판할=달리치는 “브라질 인구는 2억 명이고 우리는 400만 명이다. 그들의 선수 구성을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영리한 팀이다. 많은 공간을 내주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수비만 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표팀은 빅 클럽 선수가 넘쳤던 4년 전과 완전히 다른 팀이다. 주장 루카 모드리치와 윙어 이반 페리시치 정도를 빼고는 다 바꿨다. 자국 리그 소속도 6명. 젊고 새로워진 팀으로 달리치는 4년 전 준우승 신화를 재연하려 한다. 그의 추정 연봉은 7억 원. 파울루 벤투 감독 연봉(18억 원)의 반도 안 된다.
71세로 이번 대회 최고령 감독인 네덜란드 대표팀의 루이 판할(네덜란드)은 인생의 절반 이상인 36년을 지도자로 살았다. 2016년 은퇴를 선언했으나 지난해 대표팀을 다시 맡아 네덜란드를 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로 복귀시켰다. 전립선암 투병 중인 판할은 ‘경기가 지루하다’는 비판과도 싸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판할 감독이 친구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승리는 챙긴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가 우승하면 판할은 역대 월드컵 최고령 우승 감독이 된다.
◇‘초짜’ 한계 넘은 라크라키·스칼로니=모로코 대표팀의 왈리드 라크라키(47·모로코)는 협회와 갈등 끝에 경질된 전임 바히드 할릴호지치의 뒤를 이었다. 월드컵 개막을 약 두 달 앞두고 팀을 물려받았다. 좋은 성적을 낸다면 그게 더 이상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라크라키의 모로코는 아랍 국가 최초의 월드컵 8강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클럽팀 감독 경험은 있지만 대표팀 감독은 처음인 라크라키는 전임자가 배제하던 미드필더 하킴 지야시 등 유럽파를 불러들여 갈등을 봉합하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지야시는 이번 대회 1골 1도움에 팀 내 최다 슈팅, 최다 크로스로 모로코 돌풍을 이끌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리오넬 스칼로니(44·아르헨티나)는 2018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감독 경험이 아예 없었다. 사람들은 ‘초짜’의 한계를 얘기했지만 스칼로니는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남미선수권)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첫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전 충격패에도 기어이 조 1위에 올려놓았다. 상대에 따라 과감하게 전술을 바꾸는 유연성, 폭발력은 덜한 대신 잘 지지 않는 축구가 특징이다.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는 그전까지 조커로 쓰던 앙헬 디마리아를 선발 투입했고 디마리아는 결승골로 보답했다. 그래도 믿을 것은 3골 1도움의 리오넬 메시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선수로 호흡을 맞췄던 스칼로니 감독의 옛 동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