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출 20% 급감…전시에 ‘한가한 칼’로 생존할 수 있나


수출 전선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달 1~10일 수출액은 154억 2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나 쪼그라들었다. 수출액이 10월 5.7%에 이어 11월 14.0%나 급감했는데 이달 들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7.6%나 줄었다. 누적 무역 적자가 474억 6400만 달러에 달해 연간 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설상가상 내년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경제 혹한기를 넘기려면 기업의 발목을 옭아맨 모래주머니를 떼어내 글로벌 전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경제 6단체가 11일 법인세 인하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이다. 이들은 “전쟁의 시기에 한가할 때 쓰는 칼을 쓸 수 없듯이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평시의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경쟁국보다 불리한 법인세율 등 각종 규제들을 그대로 둔 채 싸우라고 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2019년 기준)은 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았다. 최근 5년간 이 비율의 상승 폭은 OECD 회원국 중 2위였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8시간 특별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영세 사업장에 주52시간제를 일괄 적용하면 폐업이 속출할 게 뻔하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연장 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에서 ‘분기’ ‘연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권고한 만큼 이 같은 방안을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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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비가 촉진돼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 가능한 법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전쟁터에서 잘 벼린 칼을 들고 싸울 수 있도록 법인세 인하와 노동·규제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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