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납품단가연동제는 어느 한쪽을 편드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13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를 열고 “이번 납품단가연동제 입법 과정에서 연동에 따른 대금 조정 효과는 물론 사적 자치 우려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현장 작동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에 주안점을 뒀다”면서도 “연동제 법안과 관련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오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원사업자가 연동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급 사업자에 요청하거나 연동 계약에 따라 가격 하락 시 대금을 감액하는 것은 하도급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연동제 이행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이고 연동 계약에 따른 대금 감액은 부당한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기업은 연동제로 협력사와 위험을 분담하고 중소기업은 수용 가능성이 낮은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기보다는 연동제가 업계 관행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현재 법안에 더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납품단가연동제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앞서 도입한 ‘납품단가조정협의제’가 유명무실해진 상황과 관련이 깊다. 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2022년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올랐을 때 하도급 기업이 원사업자에 하도급 대금 조정 신청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수급 사업자는 6.8%에 불과했다.
납품 대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전혀 대금을 인상하지 못한 수급 사업자는 6.9%를 차지했다. 원사업자가 인상 요청을 전액 수용했다는 응답은 29.9%였고 수용률이 75~100%라는 응답은 31.3%, 50~75%는 15.1%, 25~50%는 8.1%, 25% 미만은 8.5%였다.
수급 사업자 10곳 중 4곳(40.9%)은 하도급 대금 조정 협의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 대금 조정 협의 제도에 대한 인지도(52.8%→59.1%)와 활용도(4.0%→6.8%)가 전년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