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왕이 "美, 규칙파괴자"…외교부 "한중 공급망협력 논의속 나온 발언"

박진 외교장관, 12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화상회담

習방한 요청엔 "中, 검토 진행중…중국도 尹방중 초청"

박진(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외교부박진(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화상으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외교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2일 한중 외교장관 간 화상회담에서 미국에 대해 “국제규칙 파괴자”라고 비난한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한중이 공급망 관련 협력을 해나가자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중 경제가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 후속협상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해나가자는 취지에서 나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발췌해서 (보도자료에) 부각한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그렇다”며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중 외교장관 간 화상회담 이후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왕이 부장은 전날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미국은 국제 규칙의 건설자가 아닌 파괴자임을 재차 입증했다”며 “각국이 응당 나서서 세계화에 역행하는 낡은 사고와 일방적 패권 행태에 맞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은 “한미 간 양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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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부장은 미국의 대중 견제 움직임에 한국이 동참하는 데 대해서는 비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양자 회담에서 상대국이 아닌 제3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이례적인 일이어서 중국이 한국의 미국 경사에 견제구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거세지자 한국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튀르키예 등 국가와의 회담에서도 대미 비난 메시지를 발신했다.

왕이 부장이 올해 3월 16일 왑케 호엑스트라 네덜란드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한 이후 보도자료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부단히 강화했다” “어렵게 회복 중인 세계 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리고 피해를 입혔다”고 언급한 한편, 올해 8월 3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의 회담 결과 설명 보도자료에는 “미국은 공공연히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도전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 이런 위험하고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는 규탄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한중 외교당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과 관련해서도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 외교부는 회담 결과 보도자료를 통해 “양 장관은 시 주석의 방한 등 정상간 교류 모멘텀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반면 중국 외교부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중국 측 보도자료를 보면 고위급 교류 관련 내용이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는 관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왕이 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요청했느냐’는 물음에 이 당국자는 “(왕이 부장이) ‘여건이 성숙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시 주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방중을 초청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고 답했다. 더불어 “우리 정부는 고위급 (인사 간) 소통 시에 시 주석 방한을 먼저 초청했고 그에 대해 중국이 ‘검토하고 있다. 외교적으로 소통해나가자’고 답을 한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과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며 “정상 간 대면협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양국 외교부 간 소통을 지속하고 있고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긴밀히 노력하고 있다. 어제 외교장관회담도 그런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외교부로서는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이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7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윤 대통령의 방중보다 시 주석의 답방이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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