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예상 눈높이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소비자들이 내다보는 1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11월에 5.2%를 기록해 전월(5.9%)보다 0.7%포인트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자 뉴욕연은이 데이터를 공개한 2013년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이다. 3년과 5년 기대 인플레이션율 역시 각각 3.0%, 2.3%로 모두 전월 수치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월가의 전문가들도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올 4분기 7.5%에서 2024년 2분기에는 2.5%까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US뱅크의 리사 에릭슨 수석부사장은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본다”며 “핵심 질문은 방향이 아니라 하락 폭과 속도”라고 말했다.
최근의 유가 약세와 공급망 대란 해소가 이 같은 낙관론의 근거다. 뉴욕연은의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GSCPI)는 11월 말 기준 1.2로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1.1)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지수는 지난해 12월 4.3까지 치솟은 바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배럴당 73.7달러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지난해 12월 24일 가격(73.8달러)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인력난에 따른 임금 상승 등 인플레이션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KPMG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최근 노동시장 지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얼마나 브레이크를 세게 밟아야 하는지 더 자세히 알려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품 가격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근원 상품 가격의 하락세는 쇼핑 시즌 할인과 중고차 가격 하락의 결과일 뿐일 수 있다”고 봤다.
연준 내부의 이견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두 진영으로 분열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둔화할 수 있다고 보는 비둘기파와 보다 강력한 조치를 주장하는 매파로 나뉜다”고 전했다. 금리 상승과 함께 물가가 진정될 것으로 전망하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 등 비둘기파와 달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 매파는 계속 상승하는 임금을 낮추려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정권을 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매파로 분류된다. BoA의 이선 해리스 글로벌경제연구책임자는 “침체가 온다면 연준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며 “침체가 시작돼도 연준은 즉시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