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외국 기업인의 호소 "韓, 법인세 내려야 투자 유치 늘어" [뒷북비즈]

주한美·獨상의 회장, 金 의장 만나

"기업 유리한 조세 환경 구축 중요

법인세법 개정안 조속 통과" 촉구

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이 12일 국회의장실을 방문한 제임스 김(왼쪽)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박현남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이 12일 국회의장실을 방문한 제임스 김(왼쪽)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박현남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기업 대표들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인세 인하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리더로 성장하고 투자 유치를 늘리려면 기업에 유리한 조세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과 박현남 주한독일상공회의소 회장은 12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김 의장에게 “법인세가 인하되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된 법인세법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암참의 최우선 과제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사업 거점지로 만드는 것”이라며 “싱가포르·홍콩 등 기업에 유리한 조세정책을 갖고 있는 국가와 경쟁하려면 법인세 인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가로서 법인세는 경쟁을 위한 중요한 기준점 중 하나”라면서 “법인세 인하로 많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지사에 투자를 늘린다면 당연히 한국에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느냐”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등 일부 규제가 개선된다면 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영 거점으로 삼을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제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내 외국 기업들이 법인세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주요 경쟁국과 달리 한국이 법인세 인하를 주저하면서 기업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정부는 영업이익 3000억 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거세지는 글로벌 경기 한파 속에 외국 기업들마저 경영난 해소를 위해 정치권에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韓 법인세율 경쟁력 63개국 중 39위…"홍콩 등과 경쟁하려면 인하 필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8년 이후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한 가운데 한국 등 6개국만이 법인세를 올렸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5%)은 OECD 평균 세율(21.2%)보다 3.8%포인트 더 높다. 기획재정부는 “단순하고 낮은 법인세가 세계적 추세”라며 법인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대기업만 이득을 보는 부자 감세’라며 반대의 뜻을 꺾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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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과 비교하면 국내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은 훨씬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단일화하는 등 기업 중심의 개선이 이뤄졌다. 반면 한국은 같은 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과표구간을 3개에서 4개로 늘렸다. 한국에만 있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세율 20%)도 추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법인세 세율 경쟁력은 63개국 중 2017년 27위에서 2022년 39위로 12단계 하락했다. 새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는커녕 있던 외국 기업마저 경쟁국으로 빠져나갈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법인세법 개정뿐 아니라 외국인 대상의 소득세 특례를 개선해 외국인 투자를 늘릴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 근무 시작일부터 5년간 19%의 소득세 단일 세율을 적용받지만 이후에는 과세특례가 폐지돼 우수한 외국인 인재들의 유출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는 “이런 이유로 외국인 임원들은 5년간 한국에서 일한 뒤 더 낮은 세금을 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떠난다”며 “한국을 아시아의 경제 허브로 만들려면 경험이 많은 외국인 임원들을 계속 끌어들여야 한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소득세 과세특례 적용 기간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 야당의 반대에 막혀 계류 중이다.

김 회장과 박 회장은 이 밖에 김 의장에게 고용·노동정책 유연성 개선, 중대재해처벌법 등 최고경영자(CEO) 처벌 리스크 완화, 규제 신설·개정 시 사전 의견 청취 기회 보장 등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암참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된 각종 조세 관련 개혁안들의 통과가 한국 내 외국 기업들에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한국은 홍콩·싱가포르·대만·일본 등과 비교해 세제, 고용·노동정책 등 규제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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