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과학법(CHIPS Act) 추진 이후 약 2년 7개월간 미국 현지에 약 26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를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파격적인 세액공제 혜택과 지원금 제공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첨단 공장을 설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우리나라 국회가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은 기업들을 유인할 요인들이 빠진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20년 5월부터 12월 현재까지 현지에 1956억 달러(약 256조 3000억 원) 규모, 42개의 새로운 반도체 설비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했다.
이 투자는 크게 반도체 제조사와 이들을 지원하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들로 나뉜다. 지난해 11월 170억 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삼성전자, 3억 달러를 투입해 원자재인 웨이퍼 공장을 증설하기로 한 SK실트론CSS 등 한국 기업도 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이 프로젝트로 3만 9679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SIA는 지난 2년 7개월 사이 미국에서 활발한 반도체 투자가 일어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로 미국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반도체과학법을 꼽았다. 반도체과학법은 2020년 상반기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아시아에 편중돼 있는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미국으로 끌어들여 첨단 기술 패권과 고용 창출을 동시에 잡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390억 달러, 연구·노동력 개발 110억 달러, 국방에 관한 반도체 제조 20억 달러 등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메가톤급 지원 법안에 서명했다. 반도체에 투자한 기업에는 25% 수준의 파격적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한다.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법안 공포 전부터 기대감을 안고 미국에 투자 러시를 감행했다. SIA 측은 “반도체과학법이 더욱 효과적으로 시행돼 미국이 경제 발전, 공급망과 기술 리더십 복원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에서는 8월 국회에서 발의된 반도체특별법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달 15일 여야는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8월 국회에서 발의된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다만 업계가 염원하고 있는 시설투자 세액공제 범위 확대, 수도권 대학 반도체 인력 정원 확대 등 중요한 내용은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패권 전쟁으로 주요국들이 반도체 세제 혜택을 적극 추진하며 설비 유치를 독려 중”이라며 “반도체 산업은 스피드가 생명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