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현숙 여가부 장관 “소프트파워시대, 남녀는 물론 세대까지 아우르는 양성평등 정책 필요”

[서경이 만난 사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대담=김정곤 사회부장

지금은 여성이 능력 발휘하며 약진하는 시대

MZ세대 역차별 받는다 생각, 세대갈등 확산

일·가정 양립 어려운 중기 지원 더 늘릴 필요

여성폭력·청소년 등 기존정책 계속 강화돼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실용적인 관점, 시대 상황에 맞는 정책 전환.’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가부가 변화해야 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짚었다. 김 장관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가장 필요한 서비스를 ‘누구에게 받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충분히, 적시에 잘 제공 받느냐’가 핵심”이라며 “행정조직은 새로운 정책 환경에 맞게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있고 이번 조직 개편에 그런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11월 23일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을 위한 여야 3+3 정책협의체가 구성됐다. 12월 1일 첫 회의가 열리면서 여야 간 논의가 시작됐다.

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 여가부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정부 조직이 구현되는 형태는 다르지만 정치권에서도 여가부가 현재 상태로는 한계가 있으며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처가 간판을 내려도 고유의 역할은 살아남을 것이고 오히려 기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담=김정곤 사회부장 mckids@sedaily.com

김 장관은 여가부가 현재 추진 중인 기능을 더욱 실용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이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점차 좋은 일자리는 적어지고 경쟁이 심화돼 젊은 세대끼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 업무가 여성에 특화돼 시대 변화로 인한 남성들의 박탈감은 바라보지 못했다”며 “이런 것까지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사회가 ‘소프트파워 시대’로 변화했다면서 시대 변화에 따라 양성평등의 개념과 여가부의 기능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들이 좀 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기성세대와는 달리 MZ세대는 새로운 양성평등 관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행정 수요와 사회 환경, 세대별 인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남녀 모두, 세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소프트파워 시대로 변화하며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기성세대와 MZ세대로 불리는 청년·청소년 세대 간 경험이 크게 다르고 간극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치 영역이나 민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단계 등 기성세대 여성들이 힘겹게 유리 천장을 뚫고 왔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MZ세대는 공무원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약진하고 있어 남성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여가부 출범 당시 호주제 등 가부장적 제도나 사회적 제도가 강했고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도 낮았다”며 “경제와 정치권력 등에서 여성 참여율이 낮아 여성의 권익 신장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젊은 층에서는 여가부가 성별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녀 모두, 세대 모두를 위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고 양성평등 정책에 대한 실효성과 공감대, 체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여가부 출범 이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가부가 충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실용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여가부가 과연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칠 수 있느냐 하면 또 그렇지가 않다”면서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있지만 여가부가 여성 노인에 대한 대책을 딱히 가지고 있지는 않고 오히려 노인 학대에 관한 정책은 보건복지부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여가부의 업무 체계상 약자, 폭력 피해자를 비롯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는 정책을 시행하려면 복지부·고용노동부에 요청해서 협력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장관의 문제의식은 10월 7일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에도 담겨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여가부가 담당하던 여성 고용 기능은 고용부로 이관하고 가족, 청소년, 양성평등, 폭력 피해자 지원 업무는 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맡는다. 김 장관은 “여성 고용정책은 고용 전문성이 있는 고용부에서 전체 고용 문제와 함께 추진하고 양성평등, 폭력 피해 대응은 복지부의 사회보장 체계와 인프라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양성평등 사회 달성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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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여가부의 기존 업무가 복지부와 통합된다고 해서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이 축소되거나 위축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업무의 범위가 건강·보건·출산·양육·아동 등 전 생애와 전 세대로 확대되고 복지부의 크고 체계적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성평등 관점을 복지부 업무 전체 범위로 확장 반영할 수 있게 되면서 그간 사각지대였던 아동·여성 빈곤, 여성 장애인, 여성 노인 등의 문제에 대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양성평등 집행력도 강화돼 실질적 책무와 권한은 훨씬 강화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가령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 해소 업무를 고용부가 맡으면 정책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고용부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의 주무 부처로 ‘차별 없는 일자리 환경 구축’ 및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한국의 법·제도적 부문에서 성차별 문제가 많이 개선됐지만 노동시장 성별 임금격차 등 아직도 각 분야에서 낮은 여성 비율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6개국 중 99위를 기록하고 있고 특히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 순위가 매우 낮아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경제와 정치 분야 지표가 OECD 회원국 평균 수준까지 개선되면 성격차지수 순위가 현재 99위에서 54위로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면서 “돌봄 지원 확대와 일·가정 양립 기반 강화, 노동시장 성별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성평등을 위한 주요 과제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실용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김 장관의 판단이다. 그는 여가부 폐지를 향한 우려에 대해 “여가부가 폐지될 경우 기존 기능이 위축될 수 있으며 여가부 ‘장관’이 있어야 목소리를 많이 낼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가 목소리를 내라고 만들어진 부처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목소리만 가지고 일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면서 “좀 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의 실용적인 관점은 여가부 정책에 대한 고민에 그대로 담겼다. 김 장관은 저출산 문제와 여성의 일·가정 양립, 돌봄 부담 해소를 위해서는 돌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육과 육아휴직 서비스 강화를 돌봄 지원의 두 축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보육의 경우 어린이집이나 여가부의 아이돌보미 등 돌봄 인프라가 많이 확대됐음에도 여전히 가정 내 돌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 역시 여전히 사용률이 낮고 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기반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육아휴직은 대체 인력 수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근로자의 80%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인력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 장관은 “육아휴직 대체 인력이 없으면 휴직하는 인력의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없어 남은 사람들이 일을 더 하게 되고 휴직하는 사람도 미안해서 못 쉰다”면서 “대체 인력 뱅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 대체 인력에 대한 처우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부처가 폐지돼도 여성 폭력, 청소년 정책 등 여가부의 정책은 계속해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스토킹, 불법 촬영물 유포, 아동·청소년 온라인 그루밍 등 새로운 형태의 여성 폭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피해자 중심주의’와 ‘강력한 처벌’을 원칙으로 피해자 중심 지원 체계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 긴급 주거 지원, 스토킹피해자보호법 제정, 여성긴급전화1366·경찰·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과 연계한 ‘5대 폭력 피해자 통합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김 장관은 “피해자 보호가 강화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정책도 김 장관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며 자라나는 청소년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적·시대적으로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이다. 여가부는 ‘학교 안팎 청소년 지원 강화 대책’을 마련해 학교 안팎에 관계없이 청소년에게 충분한 활동·복지·보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자해와 우울증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고위기 청소년 지원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김 장관은 “위기 상황의 청소년이 누군가 내 편이라는 안정감을 갖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he is...

△1966년 충북 청주 △1988년 서울대 경제학 학사 △1991년 서울대 경제학 석사 △2003년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2003~2007년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2007~2012년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2012~2015년 새누리당 의원 △2012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행복한여성추진단’ 단장 △2013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 인수위원 △2015~2017년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 △2017년~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2022년~ 여성가족부 장관


박신원 기자·사진=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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