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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체계 ‘한국전쟁 틀’ 갇혀…우주군 창설로 미래전 대비를” [국방우주·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

◆본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공동주관

육·해·공에 우주·사이버戰까지

현대 전쟁 '5차원'으로 접어들어

인공지능 등 미래전 이해 높이고

다양한 작전자산 입체적 활용 절실

美 각군 경쟁 50년 반면교사 삼아

처음부터 ‘융합군’ 체제로 가야

서울경제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공동 주관한 ‘2022 국방우주·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하늘로 우주로’ 비상한다는 뜻에서 검지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대전=성형주 기자서울경제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공동 주관한 ‘2022 국방우주·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하늘로 우주로’ 비상한다는 뜻에서 검지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대전=성형주 기자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이 고도화되고 한반도 주변 강국들이 모두 우주군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우주군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심지어 전장이 육해공 외에 우주와 사이버 분야까지 확대됐는데 여전히 한국전쟁 당시의 국방 체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도 나왔다.



서울경제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공동으로 14일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에서 개최한 ‘2022 국방우주·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우리도 우주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포럼에는 예비역 장성 3명을 포함해 안보·우주·정치 전문가 16명이 토론자로 나서 집단지성을 발휘했다.

우선 1991년 초 걸프전부터 위성 정보 본격 활용 등 국방우주 개념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전략지원군)은 물론 일본도 우주군을 만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한미군도 이달 14일 우주군을 설립했다. 반면 우리 군은 1일 100여 명 규모의 공군 우주작전대대 창설에 이어 2030년께 우주작전사령부를 준비하고 있으나 정작 우주군은 없어 물밑에서 각 군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서울경제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함께 한 ‘국방우주와 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에서 세션2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용섭 선문대 교수, 이상빈 창원대 교수, 권태훈 한화시스템 부장, 이기완 창원대 교수, 고광본 서울경제 부국장, 이재진 천문연구원 본부장, 안재봉 연세대 부원장, 이선희 국방대 교수.서울경제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함께 한 ‘국방우주와 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에서 세션2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용섭 선문대 교수, 이상빈 창원대 교수, 권태훈 한화시스템 부장, 이기완 창원대 교수, 고광본 서울경제 부국장, 이재진 천문연구원 본부장, 안재봉 연세대 부원장, 이선희 국방대 교수.


이동규 예비역 공군 준장(세종대 초빙교수)은 “국군조직법에 우주에 관한 각 군의 권한과 책임이 명시돼 있지 않아 우주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아직 우주 주무군이 없는 것은 난센스로 심히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미국은 1985년 합참이 각 군의 우주조직을 통합해 우주사령부를 만든 데 이어 2019년 공군 우주사령부를 모태로 1만 6000명 규모로 우주군을 창설했다”며 “프랑스 600명, 영국 500명, 일본도 120명으로 일단 우주군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우리도 공군 주도로 우주군을 만들어 육해공군이 지원하되 당장 여의치 않으면 대행군 체제라도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장이 5개로 확대됐는데 6·25(한국전쟁) 때 인력과 조직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군이 제로베이스에서 리세팅해야 미래전에 대비해 효율적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봉 예비역 공군 준장(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ASTI) 부원장)은 “미국 육해공군도 1950년부터 누가 우주를 차지할 것이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정부와 의회에서 결론을 내도 각 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경우 소련의 세계 첫 인공위성(스푸트니크) 발사 3년 뒤인 1960년 의회에서 공군과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우주 주도권을 부여했으나 군 간 다툼이 이어졌다. 이후 로버트 맥나마라 당시 국방장관(1961~1969년)이 공군이 우주군의 주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으나 이후 다시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경쟁이 이어지자 미 국가우주위원회(위원장 부통령)가 2001년 공군으로 재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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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부원장은 “최근 우리 육해공군 간 우주주도권 경쟁이 심화되는데 각 군의 이기주의보다는 국가 이익과 우주안보라는 큰 틀에서 예산 낭비와 중복성을 피해야 한다”며 “각 군의 우주자산을 모아 합동군 형태로 우주군을 만들어 각 군의 다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경제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함께 한 ‘국방우주와 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에서 세션2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낙중 국방우주학회 이사, 이동규 세종대 교수, 김진우 LIG넥스원 수석연구원,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정한범 한국국방우주학회장, 이서구 천문연구원 정책부장, 김건희 한밭대 교수, 곽신웅 국민대 교수.서울경제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함께 한 ‘국방우주와 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에서 세션2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낙중 국방우주학회 이사, 이동규 세종대 교수, 김진우 LIG넥스원 수석연구원,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 정한범 한국국방우주학회장, 이서구 천문연구원 정책부장, 김건희 한밭대 교수, 곽신웅 국민대 교수.


국군지휘통신사령관 출신인 최낙중 예비역 육군 준장(국방우주학회 이사)도 육해공군과 민군 간 합동 체계를 주문했다. 그는 “공군은 우주자산 보호와 위협 요소를 탐지하고 육해군은 센서, 이미지 정보, 통신 네트워크 등에 활용하는 성격이 있다”며 “하지만 우주에서 적을 타격할 때 육군의 미사일 전략이 합쳐져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수행과정에서 저궤도 위성 정보를 아미타이거(인공지능(AI)과 드론봇 등의 시범 부대로 올 6월 육군이 창설) 등 지상군에 적용하려면 제한 사항이 많아 융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최 이사는 “우주는 공군이 국제 협조를 잘해 중심이 될 수 있으나 육해군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위성정보와 지상 무기 체계와의 시너지를 위해서는 각 군간 공조는 물론 민군, 글로벌 협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신웅 국민대 교수는 “각 군과 합참·국방부가 국방우주와 전투로봇·AI를 고려한 미래전에 대한 미약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군의 우주전담인력이 승진에서 밀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가파른 인구감소 추세를 감안해 유무인·국방우주 전쟁 수행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통해 현재 54만 병력이 20여 년 뒤 20만~30만 명대로 감소하더라도 100만 명 이상 되는 강군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미래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다.

서울경제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공동 주관한 ‘2022 국방우주·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하늘로 우주로’ 비상한다는 뜻에서 검지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서울경제가 국방우주학회·대전광역시와 공동 주관한 ‘2022 국방우주·융합과학기술 발전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하늘로 우주로’ 비상한다는 뜻에서 검지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곽 교수는 “앞으로는 저궤도 정찰위성 정보를 수퍼컴퓨터로 처리하고 유무인·사이버·우주전 수행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게 된다”며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이 같은 준비에 착수했고 중국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우리도 미래전에 대비한 국방예산을 늘리되 K방산 수출 확대처럼 중장기적으로 성장 동력 확충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한범 국방우주학회 회장은 “항공기가 지구촌 시대를 연 것처럼 재사용 발사체 사용 확대 등으로 짧으면 30년, 길게봐도 100년 내 우주가 실생활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국방 분야가 상당 부분 우주개발과 뉴스페이스를 선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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