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고 명랑하다. 통통 튀는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작품에 매력을 더한다. 1930년대부터 신문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사랑받은 ‘아담스 패밀리’ 세계관과 유명 영화감독 팀 버튼이 만났다. ‘별종’들의 학교생활과 네버모어에서 펼쳐지는 위험한 살인 사건 추리극이 팀 버튼 특유의 음울하고 몽환적인 색채로 펼쳐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감독 팀 버튼 등)는 아담스 패밀리의 장녀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가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입학해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비틀쥬스’, ‘가위손’ 등으로 유명한 팀 버튼이 제작에 참여하고 4회까지 연출을 맡았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작품은 첫 일주일 간 3억 4,120만 시간의 시청 시간을 기록하면서 ‘기묘한 이야기4’(3억 3,500만 시간)를 제치고 영어권 시리즈 최고 기록을 세웠다. 3주 차까지 누적 10억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의 흥행작 가운데 하나가 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모든 것’, 넷플릭스 영화 ‘사탄의 베이비시터: 킬러 퀸’, ‘예스 데이!’ 등에 출연한 제나 오르테가가 웬즈데이 역을 맡았고 그웬돌린 크리스티, 리키 린드홈, 루이스 구스만, 캐서린 제타 존스 등이 출연한다. 영화 ‘아담스 패밀리’(1992)에서 웬즈데이를 연기했던 크리스티나 리치가 이 작품에서 ‘평범이’ 기숙사 사감 역을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작품을 이끄는 주인공은 아담스 가의 장녀인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다. 태어난 날부터 취미와 성격까지 모든 것이 범상치 않다.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났지만 ‘수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늘 울적하다’는 유명 자장가 어구에서 이름을 따왔고 색깔 알레르기가 있다며 늘 어두침침한 옷을 입고 다니는 음울한 아이다. 웬즈데이는 일반 학교에서 남동생을 괴롭히는 남학생들에게 복수하고자 수영장에 피라냐를 풀어 신체 부위를 잃게 만든 대가로, 부모님이 졸업한 네버모어로 전학을 오게 된다.
웬즈데이는 그곳에서 늑대 인간 이니드(엠마 마이어스)를 룸메이트로 만난다. SNS를 하지 않는 웬즈데이는 자칭 ‘가십걸’인 그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별종’들이 모인 학교에서조차 아웃사이더인 웬즈데이는 밤이면 글을 쓰고, 홀로 첼로를 친다. 추수감사절 파티날, ‘네버모어를 파멸시킬 사람’이라며 자신을 죽이려 하는 로언(칼럼 로스)과 대치하던 중 괴물이 나타나 로언을 죽인다. 안 그래도 네버 모어가 위치한 제리코 카운티에서는 정체 모를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웬즈데이는 괴물의 정체와, 로언이 왜 자신을 죽이려 한 것인지 비밀을 파헤치려 한다.
‘웬즈데이’ 속 네버모어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별종’과 ‘평범이’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생활하는 배경이 학교라는 점, 부모와 그 이전 세대부터 이어진 비밀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세계관을 구성하는 캐릭터들과 작품의 결은 사뭇 달랐다. 네버모어의 학생들은 염력, 늑대 인간, 사이렌, 고르곤, 변신 등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좀 더 지질하고, 아웃사이더적인 특성을 지닌다.
팀 버튼의 수려한 연출이 돋보인다. 꽤 여럿인 등장인물들, 이들의 성격과 배경 스토리, 핵심 사건부터 세계관을 직조할 부수적인 떡밥들까지를 수려하게 정리해낸다. ‘아담스 패밀리’를 잘 알지 못하는 이더라도, 세계관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쉽게 그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여기에 팀 버튼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한 파트너 대니 엘프먼의 음악, 콜린 앳우드의 의상이 더해져 시청각적인 완성도를 더했다. 실제로 웬즈데이가 홀로 기숙사에서 ‘페인트 잇 블랙(Paint it black)’을 첼로를 연주하는 장면이나 난장판이 된 중요한 행사장에서 꿋꿋하게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황홀함이 느껴진다. 팀 버튼이 직접 디자인한 괴물 캐릭터 비주얼과 손밖에 없는 웬즈데이의 조력자 ‘씽’ 역시 ‘팀버튼스러운’ 판타지를 완성시켰다.
오랜 시간을 넘나들며 사건의 비밀이 드러나는 전개, 개성 강한 아웃사이더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다. 특히 웬즈데이는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었다. 기죽기보다는 개성 넘치는 취미와 스타일을 구축하고, 남이 이해되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대로 독설해왔다. 자신의 단단한 세계관에서 웬즈데이는 다른 이들과 교류하며 점차 그 세계관을 넓혀나간다. 늑대 인간 이니드, 양봉 클럽을 운영하는 학생 유진 등과 펼치는 우정도 인상 깊다.
결국 '웬즈데이'는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을까. 네버모어에는 세상에 부적응한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별별 종류의 '별종'들이 모여있지만 이들을 인정해 준다. 웬즈데이는 초능력으로 괴물의 정체를 알게 된다. 자신의 선조는 오래전 ‘별종’을 혐오하는 괴물의 선조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할 뻔했고, 그 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학교가 위치한 가상의 카운티 '제리코'와 네버모어 간의 정치적인 연관까지 다뤄내면서 작품은 스스로의 정체성과 다름을 긍정하고, "타인이 너를 규정하게 두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시식평: 팀버튼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사랑스러운 아웃사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