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소프트뱅크벤처스 "5000억 실탄 확보…매각설 딛고 투자 확대할 것" [시그널人]

■이준표 대표, 단독 인터뷰

내년 글로벌투자자 출자 기대

경영참여형 'TGE' 등 펀드 추진

버티컬 커머스·콘텐츠 IP 주목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권욱 기자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권욱 기자




올 한 해 불거진 경영권 매각설로 곤욕을 치렀던 소프트뱅크벤처스가 5000억 원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는 등 매각 대신 본업을 키우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시장의 유동성 위축으로 가뜩이나 어려웠던 상황에서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구조 조정으로 인한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진행하던 신규 벤처 펀드 결성 작업이 중단됐다. 그에 따라 시장 신뢰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에서 ‘현재 매각 논의나 계획은 없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옛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 활동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해외 진출 지원에 속도를 높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16일 서울 서초구 소프트뱅크벤처스 본사에서 만난 이준표 대표는 “조만간 펀드 결성 작업을 재개해 최대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며 “다양한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벤처 투자의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는 소프트웨어(SW) 기업 ‘에빅사’와 ‘엔써즈’ 등을 창업해 대기업에 매각한 후 2015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는 대표를 맡아 소프트뱅크그룹의 벤처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매각 논란 이후 시장의 의구심을 씻고자 서울경제와 만나 앞으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대표는 “2018년 대표를 맡은 후 지난 5년 동안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와 시장의 변화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여러 펀드를 만들고 청산도 해보면서 느낀 것은 이 시장은 함부로 예측하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어려워져도 좋은 스타트업과 창업자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다만 내년에는 후기 스타트업보다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더욱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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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권욱 기자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권욱 기자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내년 총 3개의 펀드 결성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의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약정액 1000억 원 규모의 ‘한국 초기 스타트업(Korea Early Stage) 펀드’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팬아시아(Pan-Asia) 펀드’, 경영 참여형 벤처 펀드인 ‘테크 그로쓰 에쿼티(TGE) 펀드’ 등을 구상 중이다. TGE 펀드의 경우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검토 중인 회사들을 고려했을 때 최소 1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벤처 투자 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협력해온 해외 기관출자자들과 협력해 순차적으로 펀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00년 설립 이후 꾸준히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국계 모펀드 운용사인 ‘스텝스톤’, 영국의 ‘LGT캐피털’을 비롯해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의 해외 출자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TGE 펀드에 주목하고 있다. TGE 펀드는 일종의 경영 참여형 벤처 펀드로 볼 수 있는데 스타트업의 2대 주주 지분을 확보하고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이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 전반에 관여한다. 기존 스타트업 서비스에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신기술을 도입해 경영 효율화와 성장을 돕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구상은 그동안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을 육성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자막 및 더빙 전문 기업인 ‘아이유노’와 리셀 플랫폼 ‘크림’이 유니콘 반열에 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표는 “TGE 펀드를 통한 투자는 국내 벤처 투자 시장에서 조금 비어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스타트업의 성장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업자 출신의 심사역들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버티컬 커머스(특정 분야 상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거래 서비스)’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등에 강점이 있는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투자처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사람들이 기존 의식주를 충족하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비 문화가 바뀔 것으로 본다”며 “홈인테리어, 미술품, 건강에 좋은 기호 식품, 프리미엄 콘텐츠 등이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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