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추가 시한’인 19일에도 최종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법인세 인하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등 양대 쟁점에서 절충점을 마련하지 못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개문발차하는 등 여야의 대치는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 헌정 사상 최초로 준예산 정국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를 시도했지만 박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회동이 무산됐다.
주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법인세는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볼 수 있는 단계는 됐지만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 마지막 쟁점으로 남아 있다”면서 “합법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대선 불복이자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억 원 예산 때문에 639조 원이나 되는 정부 예산 전체를 발목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여당에 협상의 전권을 주지 않은 채 시시콜콜 주문만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는 것”이라며 “집권당이 아니라 종속당, 국민의힘이 아니라 용산의힘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협상이 난항을 겪는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한 데 이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단독으로 출범시키는 등 대여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국정조사 일정과 증인 명단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여야가 모두 벼랑 끝 전술을 선택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준예산 정국’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준예산은 다음 해 회계연도 개시일(1월 1일)까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전년도에 준해 마련하는 임시 예산이다. 정부는 법률상 의무 지출과 공무원 급여 등 최소 비용만 써야 한다. 준예산이 도입되면 윤석열 정부의 내년 예산안 639조 원 중 재량 지출 예산인 297조 원은 사용이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