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고등학교 점심시간에 학생들에게 영어듣기와 자기주도학습 등 학습을 강요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6일 A고등학교장과 B고등학교장에게 학생들의 휴식권 보호를 위해 점심시간에 학습을 강제하지 않기를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고등학교와 B고등학교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에 영어듣기를 실시하고 있다. 두 학교의 재학생들은 이러한 행위가 학생들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A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영어듣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담임교사의 학급 운영방식에 따라 필요한 학생에게 영어듣기를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이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B학교는 “점심시간 영어듣기 프로그램 운영은 다수 학부모 및 학생의 건의를 수용한 결과”라며 “모든 3학년 학생들에게 영어듣기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도록 하고 있지만 참여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에게 영어듣기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교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학생 개인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어듣기 등에 참여하고 있다는 학교 측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학교의 방침에 따라 모든 3학년 학생은 의무적으로 점심식사 후 교실에 입실해 자리에 착석해야 하는 점, A학교 담임교사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학생이 영어듣기나 개인별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생들의 학교 일과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은 쉬는시간 외에 점심시간이 유일하다”면서 “점심시간에 영어듣기 및 자기주도학습을 시키거나 그 시간에 의무적으로 교실에 머무르도록 하는 행위는 헌법에 따른 학생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