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 등의 이름과 얼굴, 음성 등을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앞서 방탄소년단(BTS)의 화보집을 무단 제작·판매한 잡지사에 대해 대법원은 ‘부정경쟁행위’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앞으로는 ‘인격표지영리권(퍼블리시티권)’ 침해로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6일 법무부는 사람이 성명?초상?음성 등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인 인격표지영리권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인격표지영리권이란 퍼블리시티권을 우리말로 대체해 만든 용어로, 사람이 초상·성명·음성 등 자신을 특징짓는 요소인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뜻한다. 창작물이 아닌 사람의 인격 표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저작권과 다르다.
주요 내용은 △사람이 자신의 성명?초상?음성 등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 명문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인격표지의 영리적 이용을 허락할 수 있도록 함 △인격표지영리권자 사망 후에도 인격표지영리권은 상속되어 30년간 존속 등이다.
인격표지영리권은 자신의 초상에 대해 갖는 배타적 권리인 '초상권'과 유사하지만, 영리적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는 '재산권'으로서의 권리를 강조한다는 차이가 있다. 인격표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창작물을 보호하는 '저작권'과도 다르다.
인격표지영리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지만, 당사자가 허락하면 타인이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당사자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어긋나게 타인이 인격표지를 사용하면 이를 철회할 수도 있다.
개정안은 또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인격표지영리권을 상속할 수 있게 했다. 상속 후 존속기간은 30년으로 설정했다. 인격표지영리권이 재산권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 권리가 침해된 경우 사후적 손해배상청구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보고 구제 수단도 마련했다. 인격표지영리권이 침해되면 제거를 청구하거나, 필요하다면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침해제거·예방 청구권'도 인정하는 규정을 개정안에 담았다.
다만 개정안은 다른 사람의 인격표지를 이용할 때 '정당한 이익'이 있는 사람은 권리자의 허락 없이도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 생중계에서 일반 관중의 얼굴 등이 화면에 나오거나, 언론 취재 과정에서 시민 인터뷰가 방송되는 등 정당한 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활용되는 경우 이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인격표지영리권은 그동안 미국·독일·일본·프랑스 등에서 이미 법률이나 판례 등을 통해 인정하던 권리다. 한국 법원은 1995년 '이휘소 사건'에서 처음으로 이 권리를 언급했다. 당시 김진명 작가가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펴내자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유족이 이 권리를 내세워 출판금지 등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주로 연예인 등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 달라"고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에 따라 엇갈린 판결을 내리면서 명확한 판례가 형성되지 못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돼 분쟁이 예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유명인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이 보편적 권리로서 인격표지영리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고 평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인격표지영리권을 대상으로 하는 분쟁도 대폭 증가했다"며 "유명한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개인들의 보편적 권리로서 인격표지영리권을 명문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동안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 개정절차를 거쳐 내년 초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