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가재는 게 편





뇌물 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에서 부결된 후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언급되고 있다. 가재와 게는 같은 갑각류로 딱딱한 등딱지와 집게발 등이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이 때문에 상황이 비슷한 친구끼리 서로 돕거나 편을 들어줄 때 이런 속담이 널리 쓰였다. ‘끼리끼리 어울린다’ ‘초록은 동색’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과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사자성어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행정부의 불법적인 억압으로부터 의원들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검찰이 국회 회기 중 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회의 체포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이다. 본래 왕이 의원을 구금해 의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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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국회 때 채택했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그동안 총 65번 제출돼 각각 16건씩 가결·부결됐고 나머지 33건은 철회 또는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민주화 이후로 이 특권은 주로 의원 개인의 비리·범죄에 대한 수사를 막아주는 ‘방탄’ 도구로 악용됐다. 2014년 9월에는 철도 납품 관련 비리로 수사를 받던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사과했고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송 의원은 결국 이듬해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의원들이 헌법상의 특권을 남용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21대 국회 들어 3건의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런 관행 개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해 있을지 모르는 체포동의안에 대한 ‘방탄 예행 연습’을 벌인 게 아니냐 하는 점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가재는 게 편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비리 의혹이 있는 동료 의원이나 당 대표 구하기에 나서는 것은 결국 ‘자해 정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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