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전기차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자 한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은 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식으로 자국 완성차 업계를 우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자국 우선주의로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한국도 외국산 전기차 보조금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아직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이 없는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 IRA의 혜택을 받는 미국 포드의 경우 현지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11월 기준 7.4%로 전년 동월(5.7%) 대비 1.7%포인트 올랐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IRA로 유럽·일본·한국 등 동맹국의 반발을 사면서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 시간)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과 관련한 추가 지침을 공개하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정의를 자주 하는 질문(FAQ) 형식으로 안내했다. 재무부는 상업용 전기차를 ‘납세자가 재판매가 아닌 직접 사용 또는 리스를 위해 구매한 차량’으로 정의했다. 상업용 전기차의 범위에 리스 회사가 사업용으로 구매한 전기차도 포함한 것으로 이는 한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 요청해온 내용이다.
IRA는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 광물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에게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하지만 상업용 전기차는 이런 요건과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직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채우지 못한 현대차그룹도 상업용 전기차 시장에서는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며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현대차·기아(000270)·제네시스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순수 전기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가운데 리스 등 상업용 비중은 5% 안팎으로 알려졌다. 리스 차량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상업용 판매 비중은 향후 두 자릿수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국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며 리스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도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했다. CRMA에는 역내에서 생산된 리튬·희토류 등 원자재가 사용된 제품에만 세금과 보조금 등에서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내년 1분기에 법안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과 EU가 전기차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자 한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내년부터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줄이고 국산 전기차는 늘리는 쪽으로 보조금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직영 AS센터 운영, 정비 이력 등 사후 관리 여부를 따져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기술과 충전기 보급 등 기준을 신설해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진출을 노리는 중국 비야디(BYD) 등의 경우 보조금이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양방향 충전 기능 등을 갖춘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추가 보조금까지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