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파가 지속되던 지난해 겨울, A 씨는 마트에 가기 위해 주차장에 세워뒀던 차량에 시동을 걸었으나 추운 날씨에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면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카센터에 연락해서 방전된 차량에 전류를 흘려주는 소위 ‘점프’를 통해 어렵사리 시동을 걸 수 있었지만 추위가 풀리지 않아 그다음 주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또다시 카센터에 연락을 했지만 전국적으로 자동차 배터리 방전 건수가 폭증하면서 한참 기다린 뒤에야 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사계절이 모두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운 우리나라이지만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겨울에는 추위가 유독 매섭다. 이런 날씨에는 자동차 배터리 방전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데 자동차 배터리의 전해질은 기온에 무척 민감해 기온이 낮아지면 배터리 소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5일부터 16일까지 기간 중 평균기온이 영상이었던 6~13일의 경우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4개 손해보험사의 일평균 긴급 출동 건수가 4만 1505건이었으나 평균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던 5일과 14~16일의 일평균 긴급 출동 건수는 7만 5763건으로 3만 4258건이나 증가했다.
따뜻한 실내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배터리 방전을 방지할 수 있겠으나 노상에 주차할 수밖에 없는 차량 소유자의 경우 겨울철 배터리 관리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영하의 날씨에는 ‘매일 10분씩’이라도 자동차 시동을 걸어주세요
주행 중인 자동차는 엔진 작동에 따라 지속적으로 배터리가 충전되지만 주차 중에는 전력 소모만 이뤄진다. 주차 중에는 배터리 충전을 할 수 없는 반면 스마트키의 신호를 받기 위해 혹은 차량 내부에 부착된 전자 장비의 가동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된다. 특히 추운 날씨에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배터리 소모가 훨씬 빨라서 차량이 방전될 확률이 더 높다. 앞서 언급한 4개사 기준 5일부터 16일까지의 전체 긴급 출동 건수(63만 5091건) 중 약 60% 이상이 배터리 방전(38만 3168건)으로 인한 출동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 등으로 평소 자동차를 자주 운행할 수 없는 경우라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때는 매일 10분 이상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줘 배터리가 충전되도록 하는 것도 좋은 예방이 될 수 있다.
겨울철 자동차 배터리 방전의 원인, 블랙박스
교통사고 발생 시 억울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 또는 주차 중 누군가가 내 차량을 파손할 수도 있어서 요즘 대부분의 차량 소유자들은 차량에 블랙박스를 부착한다. 이런 편리함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블랙박스는 겨울철 자동차 배터리 방전의 가장 큰 범인으로 지목된다.
보험회사 긴급 출동 통계에 따르면 보통 자동차 배터리 방전의 원인은 차량 문을 잘못 닫은 경우, 비상등·미등·실내등을 켜두고 내린 경우가 대부분이나 겨울철에는 추운 장소에 블랙박스를 부착한 상태로 주차한 경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는 ‘블랙박스 저전압 차단 설정’ 기능을 사용해 배터리 전압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기능이 없는 제품이라면 CCTV가 있는 장소에 주차 후 블랙박스 전원 케이블을 빼두는 것도 좋다.
배터리 방전을 예방하지 못했다면…보험회사 긴급 출동 서비스가 정답
사전에 배터리 방전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지만 이미 방전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입한 손해보험사의 긴급 출동 서비스를 이용하면 견인 및 배터리 충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변화무쌍한 겨울철 날씨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배터리 관리법과 보험사의 자동차 긴급 출동 서비스를 사전에 숙지한다면 올겨울도 문제없이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김형일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