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들이 지난해 대만, 인도, 한국 등 신흥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중국에서 20조원 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일 KB증권이 블룸버그, 글로벌 데이터업체 CEIC 등 데이터를 통해 지난해 주요 신흥 5개국(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 증시의 외국인투자자 순매수액을 분석한 결과 이들 5개국 중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대만으로 407억9400만달러(약 51조4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인도에서 178억5600만달러(약 22조5000억원)어치, 한국에서 87억2100만달러(약 11조원)를 순매도했다.
이는 한국과 대만에서 반도체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은 작년 7∼8월 베어마켓 랠리, 10∼11월 '차이나 런'(중국에서의 자금 이탈) 때 일시 순매수한 것을 제외하면 계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12월에는 방역조치를 완화한 중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돌아갔고 국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대만에서도 11월 한 달만 순매수했고 나머지는 모두 순매도로 일관했다. 인도에서는 7·8월과 11월만 순매수 기조였다. 대신 베트남에서 9억4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사들였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으로 차이나 런이 발생했으나 연간으로는 131억4200만 달러(약 16조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월별로는 9월(16억3100만달러)·10월(80억4500만달러)엔 순매도했으나 11월(84억3600만달러)·12월(51억2100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방역 정책을 전환하고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인 것이 계기가 됐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일제히 올려 잡았다. 올해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정상화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중국 경기 민감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 대만을 최선호 지역으로 꼽으며 올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