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시설 투자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 만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인천공항 대한항공 제1화물터미널에서 신년 반도체 수출 현장을 점검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지적한 후 바로 검토를 시작했다”며 “반도체 등 국가전략사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가 기본 두 자릿수는 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국회에서 8%로 통과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대기업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이 10% 이상으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세법을 개정해 반도체·배터리·백신 등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이 이 산업에 투입하는 시설 투자 비용에 대해 6%를 법인세에서 깎아주기로(세액 공제) 결정했다.
이후 양향자 의원 주도로 대기업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20%로 올리는 일명 'K칩스법'이 발의됐으나 야당은 물론 기재부까지 반대하면서 8%로 찔끔 인상되는 데 그쳤다.
기재부는 ‘K칩스법’ 후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우리나라의 반도체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율은 최대 50%에 달해 대만(25%)보다 높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 역시 대만(5%)보다 훨씬 높아 충분한 세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재개정안을 내놓기로 했다.
다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K칩스법’ 원안대로 공제율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양 의원 발의안에 대한 세수 감소액을 추계한 결과 △2024년 2조 6970억 원 △2025년 2조 8186억 원 △2026년 4조 4094억 원 △2027년 4조 4599억 원 △2028년 4조 6835억 원 △2029년 4조 8139억 원에 달해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야 합의안을 뒤집어야 하느냐’는 민주당의 반발도 관건이다.
한편 추 부총리는 이날 행사에서 “올해(수출)도 전년 대비 4.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수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역대 최고인 360조 원의 무역금융 공급 등 수출기업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