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파산' '파산' 끝 멀었는데…"아직도 투자 하시나요?" [코주부]





암호화폐 업계의 파산 도미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에는 ‘코어사이언티픽’이라는, 미국 3대 코인 채굴업체가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다른 채굴업체인 그리니지도 파산이 간당간당한 상황이라 채무재조정에 나섰다고 하고요. 코인 거래소나 투자자들이 망해도 채굴 업체들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지난해 코인 가격이 뚝뚝 떨어지면서 이들마저 재무 상황이 나빠졌다고 합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만큼 하락의 골도 깊어만 가는 암호화폐 업계. 지난해 파산한 가상자산 업체들과 그 원인을 <코주부>가 분석해봤습니다.

폭발적인 성장과 붕괴의 과정

◇2022년 파산한 가상자산 업체


▲6월 암호화폐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스캐피털(3AC)

-지난 5월 암호화폐 테라USD-루나의 붕괴로 무너진 업체.

▲7월 암호화폐 대출 기업 보이저 디지털

-3AC가 6억5000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대출을 불이행하자 지난 7월 파산 신청.

▲7월 암호화폐 대출 기업 셀시우스 네트워크

-테라와 루나의 붕괴로 몰락한 또 다른 암호화폐 대출자. 폰지 사기 여부 심사 중.

▲11월 11일 암호화폐 거래소 FTX

-고객 예금 유용으로 대규모 뱅크런.

▲11월 28일 암호화폐 대출 기업 블록파이

-FTX 파산 여파로 파산한 최초의 암호화폐 회사.

▲12월 20일 가상화폐 채굴업체 코어사이언티픽

-비트코인 가격의 장기적인 하락과 에너지 비용의 증가, 고객사의 파산 등.


지난해 파산 보호를 신청한 굵직한 가상자산 업체들의 리스트입니다. 파산에 불을 당긴 원인을 살펴보면 얼키고 설킨 가상자산 업계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상반기 테라·루나 사태, 하반기에는 FTX 파산이라는 폭탄이 터지면서 이들과 연관된 업체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먼저 테라·루나 사태 때에는 암호화폐 대출 업체들의 파산이 줄을 이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무리한 담보대출을 일으킨 대출 업체들이 1순위로 타격을 입은 것입니다. 즉 돈을 잘 벌때에는 허술한 경영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면서 부실한 업체들이 먼저 쓰러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FTX 파산에서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경영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FTX의 자금 대부분이 현금이나 안정적인 자산이 아니라 자체 발행코인 FTT라는 것이 밝혀지며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겁니다. FTX의 창립자 뱅크먼-프리드는 FTX를 설립한 2019년부터 지난달 파산할 때까지 FTX 이용자와 투자자 자금을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빼돌려 부채 상환 등에 사용했고 일부 자금으로는 바하마에 호화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TX의 파산 처리를 위해 등판한 존 레이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이전까지 FTX의 경영에 대해 "40년 경력에서 본 최악의 내부통제 실패"라고 했고요.

에너지 위기와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제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최근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이유인데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올랐고(채굴장은 많게는 채굴기 수십만대를 굴려야 하고 에어콘이나 환기 시스템도 필수), 금리가 높아지면서 자금 조달도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코빗의 정준영 애널리스트는 "관리 역량보다 빠른 외형 성장과 과도한 레버리지가 붕괴의 속도, 시장으로의 전염력을 키웠다"고 표현했습니다.

당분간은 안 멈춘다, 못 멈춘다!


암호화폐 업계의 파산 도미노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듯... 아니 못할듯 합니다. FTX 파산 여파로 암호화폐 대출업체 제네시스도 자금을 수혈 받지 못하면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5개 원화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는 코인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자금을 제네시스를 통해 운용하고 있었는데, 제네시스가 유동성 위기로 돌연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서비스 차질을 빚었고요.

암호화폐 업계만 피해를 입은 게 아닙니다. FTX에 투자했던 전통적인 기관 투자자들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 펀드인 블랙록, 소프트뱅크, 세쿼이아캐피털, 타이거글로벌은 FTX 투자로 인해 상당한 손실이 예상됩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 대형기관 투자자들도 FTX 투자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1위 가상통화 거래소 바이낸스도 신뢰도 하락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미국 검찰은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대표이사(CEO)를 자금세탁과 무면허 송금 혐의를 수사하고 있으며 기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의 '본질'에 집중하자


이런 파산의 홍수 속에서 뭘 믿고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암호화폐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에는 암호화폐가 얼마나 전통 금융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주목해야 할 겁니다. 다행히 비트코인은 어느 정도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2020년 등장한 디파이 서비스가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고, 2021년엔 NFT가 붐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거품이 있겠지만 우리의 일상에 좀 더 가까워졌다는 의의도 큽니다.

이와 함께 투자자 보호를 위한 레버리지 제한, 고객확인제도(KYC) 강화, 가상자산의 증권화 등을 위한 제도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안전장치가 구축된다면 기관투자자들부터 먼저 투자하려고 달려들 테고요. 미국 기관투자자 중 71%는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44%는 테슬라 주식을, 15%는 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트코인 보유 비중은 아직 7.8%입니다. 새해 경기침체로 인해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는 여전히 미약하겠지만, 다음 번 증시 강세 때는 기대를 걸어볼 만합니다.

파산은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고 이를 통해 좀 더 탄탄한 가상자산 기업, 보다 대중화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기회가 올 때를 위해 코주부도 꾸준히 좋은 정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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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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