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올해 우리 경제 안팎에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높은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 부동산 금융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화위복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이 총재는 2023년 신년사를 통해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물가·경기·금융 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므로 더욱 정교한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통화정책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 및 감염병 상황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등 국내 요인까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전문가들이 심각한 복합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부정적 측면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점차 안정되면서 우려와는 달리 외환 부문의 불안이 완화됐다”라며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전반적인 국내 금융기관 건전성을 감안하면 정책 대응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국제무역 분절화나 높은 금리 수준이 경제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관점을 다르게 보면 그동안 미뤘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장 다변화를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고금리 환경도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낮추고 부채구조를 개선할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금융은 오랫동안 형태만 달리하면서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 구조적 취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관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전화위복 계기로 삼고 거시건전성 규제가 예방적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 임직원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 연착륙에 기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총재는 “비행시 기상악화로 시계가 불투명한 데다 활주로마저 좁아 연착륙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어느 때보다 숙련되고 믿을 수 있는 파일럿이 필요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