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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금융시장 30조弗 증발…OECD "연기금 유동성 위기" 경고

MSCI지수 2008년 이후 최대폭 ↓

메타·테슬라 주가 60% 떨어져

채권 가격까지 유례없이 급락

연준 올 금리인상 지속 예고 속

"현금화 어려운 자산 투자 주의"





지난해 세계 금융 환경이 급변하면서 글로벌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증발한 자산 규모가 30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등으로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이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유례없는 속도로 인상한 결과다.

12월 3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룸버그의 데이터를 인용해 전 세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가치가 지난해 25조 달러 감소하고 국채 및 회사채 시장의 시가총액이 9조 6000억 달러 줄었다고 보도했다.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약 34조 6000억 달러가 증발한 것이다.



전 세계 증시를 추종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는 지난 한 해 20.2% 하락해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 증시에서도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9.4% 하락하고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8.8%, 33.1% 떨어졌다. 세 지수 모두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에 빠졌던 2008년(-38.5%)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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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상승의 영향이 컸다. 특히 금리 인상은 기술주에 직격탄이 됐다. 그동안 미국 시장을 이끌던 팡(FAANG, 메타·애플·아마존·네슬릭스·구글) 중 메타는 지난해 64.2%나 하락해 비트코인과 같은 낙폭을 기록했으며 그나마 선방한 애플의 하락 폭이 26.8%였다. 팬데믹 시대 뉴욕 증시를 대표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 한 해 69.2%나 떨어졌다.

에너지 기업들만 웃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치솟은 덕에 S&P500 11개 섹터 중 에너지 분야는 1년간 평균 59% 상승했다. 나머지 10개 섹터는 모두 하락했다. 골드만삭스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2000년 이후 이어진 주가 상승과 낮은 변동성에 길들여져 철부지처럼 굴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에 기반한 투자 전략의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피할 곳이 없었다. 주식은 폭락했지만 채권 가격이 올랐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황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연초 1.5%에서 연말 3.88%로 올랐다. FT에 따르면 데이터가 있는 1963년 이후 연간 가장 빠른 상승률이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상황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여전하고 일본은행의 긴축 가능성, 유럽 각국의 국채 발행 증가 등 시장의 변수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파이퍼샌들러의 글로벌리서치책임자인 로베르토 페를리는 “주식과 회사채 시장 모두 고통의 가능성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연기금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국 연기금들이 현금 부족 사태에 직면하지 않도록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에 투자하는 데 극도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3조 달러 이상인 공적 연기금 중 약 절반이 부동산 등 실물 대체자산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OMFIF는 “비유동적 자산을 늘리면 유연성이 떨어진다”며 “최근 영국 사례는 불경기에 현금화 자산 보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연기금은 국채 기반 파생상품(LDI)에 가입했다가 금리 급등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마진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영국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인위적으로 국채금리를 낮추고서야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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