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 미국 주식시장에 가장 중요한 경제 지표를 하나 꼽으라면 노동시장 관련 지표입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인 2%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바로 고용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용지표가 이번 주에는 세 개 발표됩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12월 고용보고서와 11월 구인이직보고서, 그리고 민간 단체인 ADP가 발표하는 취업자변동 보고서입니다. 고용 지표 뿐 아니라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도 공개 됩니다.
CNBC에서는 올해 전체 뉴욕 증시의 흐름이 1분기에 달렸다는 취지의 분석기사를 내기도 했는데요, 1분기의 시작인 이번 주는 미국 증시와 연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중요 지표가 연달아 나옵니다. 과연 미국 증시는 지난 한해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가장 많이 하락했던 아픔을 딛고 올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이번 주 그 첫단추를 뀁니다.
연말 산타는 없었다...2008년 이후 최대 하락한 미국 증시
산타 랠리는 지난 주 없었습니다. 아직 기계적 정의로 보면 올 첫 이틀간의 거래일도 산타 랠리 산정 기간에 포함되기는 합니다만, 이미 기대감은 식은 모습입니다.
지난주 S&P500은 주간 0.14% 하락하고,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0.9% 0.3%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29일(현지 시간) 세 지수가 동시에 상승했었는데요, 당일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22만5000건으로 전주 보다 9000건 상승했다는 소식에 1~2%씩 올랐지만 좋은 소식은 그 뿐이었습니다.
연간으로 보면 하락폭이 더욱 큽니다.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9.4% 하락하고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8.8%, 33.1% 떨어졌지요. 세 지수 모두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에 빠졌던 2008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왔을까요. 이자 때문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꿈틀거리던 2021년 중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물가 상승세를 ‘일시적(Transitory)’라고 오판한 바 있습니다. 금리 인상 시기가 아니라고 봤고, 여기에 지난해 2월 24일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은 결국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렸고, 지금 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준은 2021년 말까지만 해도 2022년 말 기준금리가 0.75~1.0% 정도 될 것으로 봤습니다. 지금 4.25~4.75%이죠. 이정도의 불확실성과 변화를 감당해야 했으니 금융자산 시장이 요동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금리 인상에 민감한 기술주를 보면 연준 통화정책의 여파가 더욱 확연합니다. 메타의 경우 64.2% 하락했는데, 비트코인의 연간 하락폭과 똑같습니다. 팬데믹 시대 뉴욕 증시를 대표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 한 해 69.2% 떨어졌습니다. 골드만삭스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2000년 이후 이어진 주가 상승과 낮은 변동성에 길들여져 철부지처럼 굴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에 기반한 투자 전략의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이지요.
구직자 1인당 일자리 1.7개→1.66개 완화할 듯, 연준 회의록 ‘매파’ 전망
이번 주 지표를 살펴보겠습니다. 4일로 예정된 연준의 FOMC 회의록은 11월에 비해 매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미 공개된 경제전망 점도표에서 19명의 위원 중 17명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데 동의했기 때문인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이번 회의록에서 지켜봐야할 포인트로 꼽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개된 5.1% 금리가 금리 정점인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최근 물가 인하를 '일시적'이라고 판단하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현재 금리 수준을 제약적인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는가.
다만 이번 회의록에서 매파적 메시지가 나온다 하더라도, 12월 FOMC에는 11월의 하락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번주의 하이라이트는 고용 지표들인데요, 고용 지표는 연준 통화정책의 핵심 판단 요인입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상황 인식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결국 고용시장이 완화돼야 연준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자신하고, 단단한 통화 정책도 느슨하게 풀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4일 발표되는 11월 구인이직보고서는 11월 기업들의 구인 일자리가 1000만건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10월 1033만4000건에서 구인 공고가 33만개 이상 줄어듭니다. 노동 시장 완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10월에서 전월에 비해 약 35만개의 구인공고가 줄었던 점을 고려하면 추세적으로 신규 구인 자체는 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연준의 기조를 바꾸기엔 여전히 인력 공급(실업자수)대비 인력 수요(구인 일자리수)가 많습니다. 인력 시장이 타이트하다는 의미인데요, 10월 고용보고서와 구인이직보고서를 종합하면, 10월 기준 열려있는 일자리수는 1033만4000건이고, 실업자수는 605만 9000명입니다. 실업자 1명 당 일자리수가 1.71개 입니다.
이 비율은 연준이 고용시장의 긴축정도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데요, 만약 11월 구인 일자리가 1000만개로 떨어지면 11월 실업자수(601만1000명)을 고려할 때 이 비율은 1.66대 1 가량으로 떨어집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엘리자윙어 이코노미스트는 "지속적인 인력 수급 불균형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연준이 인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 예정된 기간동안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서 발표하는 12월 민간 고용 지표는 기관에 따라 전망의 편차가 꽤 큽니다. 우선 11월에는 19만개 가량이 늘것이라는 전망을 하회하는 12만7000개 증가를 기록했는데요, 현재 블룸버그에서는 14만5000개,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서는 15만8000개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망치 대로 나온다면 방향성 자체가 줄던 고용이 다시 늘어나게 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12월 고용보고서인데요. 우선 전월인 11월 고용보고서의 경우 고용이 20만명 늘것이란 전망과 달리 26만3000명 증가하면서 시장을 놀래켰습니다. 더욱 시장이 놀랐던 점은 시간당 임금상승률인데요, 0.3%를 예상했지만 0.6%가 올랐습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큰 뉴스는 9월과 10월 임금상승률이 상향 조정되고 11월에 엄청 큰 숫자가 나왔다는 점"이라며 “당신은 아마도 인플레이션과 그 동력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바꾸길 원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번 주 나오는 12월 고용보고서는 고용자수가 20만개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실업률은 3.7%로 변동이 없고,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월 대비 0.4% 올라 연준의 기대를 넘어섭니다. 현재 연준은 연간 기준 3% 대의 임금 상승률을 원하고 있습니다. 연율로는 5%에 가까운 인상이기 때문에 월간 기준 0.3% 이하의 추세를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62.1%에서 62.2%로 소폭 증가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