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언급되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정치 개혁 어젠다를 선점하는 데 실패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총선을 1년 앞둔 중요한 타이밍에 정치권의 최대 화두를 윤 대통령에게 빼앗겼다는 것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 복당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어젠다를 선점하고도 공론화를 윤 대통령께 또 빼앗겼다”며 “윤 대통령의 3대 개혁, 중대선거구제 개편안은 집권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어젠다를 제시한 것으로 국민적인 평가를 받고 또 지지도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 개혁도 국회·당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박차를 가해 이슈를 선점,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새해 벽두부터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화두로 던져 이제 정치권에서의 논의가 달궈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민주당 의원들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선점이 윤 대통령에게 빼앗긴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그간 거대 양당 중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비롯한 정치 개혁 어젠다에 목소리를 내온 정당은 민주당이었다. 2019년 공직선거법 및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민주당은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그리고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조를 펼쳤다.
지난해 2월에는 승자 독식의 선거 구조 개혁과 국민 통합 개헌을 통한 권력 구조 민주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치 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대선을 10여 일 앞두고 진행된 민주당의 정치 개혁 당론화는 당시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였던 김동연 현 경기지사와의 후보 단일화를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전당대회 기간 동안 “정치 개혁은 당원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 체제 이후 민주당은 당력을 검찰의 사법 리스크 공세 방어에 집중했다. 일부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는 등 정치 개혁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있지만 당내 역학 구도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끌고 가는 정책이 없다”며 “정책이나 현안에서 민주당의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