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국내 법조시장을 관통할 ‘핫 이슈’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4차 산업 부상 등 산업계 변화가 꼽혔다. 금리인상 등으로 인수합병(M&A)에 한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ESG와 4차산업 부상이 자문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법조계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다만 올해 법조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성장과 침체로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4일 서울경제가 광장·김앤장·세종·율촌·태평양·화우(가나다순) 등 로펌 대표 변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를 실시한 결과 6명 가운데 5명이 국내 법조시장 핵심 키워드로 ESG와 4차산업의 부상 등 산업계 변화를 지목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 ▲전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 ▲검경 수사권 조정 등도 각각 한 표를 받았다. 강석훈 율촌 대표 변호사는 “ESG와 4차산업 부장에 따른 산업계 변화와 규제 리스크가 (법조 시장 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자국산업 육성을 위해 반도체, 이차전지 등 4차 산업 규제를 강화하는 등 세계 산업계 공급망의 지각병동이 국제 분쟁과 조정, 중재 등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서동우 태평양 대표 변호사도 “4차 산업 부상 등으로 기업들의 법률 자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수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검찰이 증권금융, 공정거래, 조세 등 수사권 영역을 확대·강화하고 있는 점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표 변호사는 태스트포스(TF)를 설립하는 등 새해 집중 육성할 분야로 ▲조세형사 ▲증권범죄 ▲부동산PF ▲M&A ▲공정거래 등을 제시했다. 이는 금융·증권범죄합수단, 국가재정범죄합수단 설립 등 검찰이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 움직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에 따라 부동산 PF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다만 올해 법조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6명 가운데 3명은 올해 국내 법조시장이 성장하거나 안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가 기업구조조정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법조시장에 봄바람이 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3명은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인수합병(M&A)시장 등에 한파가 불면서 국내 법조시장이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성장이냐, 침체냐는 갈림길에 선 올해 법조시장에서 각 로펌 대표들은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한 경영계획을 준비 중이다. 광장은 전문성 강화, 우수 인력 확보 등 인적 보강에 집중한다. 최고의 인력 구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법조·산업생태계에 신속히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세종도 조세와 M&A, 공정거래 등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움직임을 올해도 이어간다. 최고의 대(對)고객 법률서비스를 위해 인력 확보를 최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율촌이 올해 공을 들일 분야는 부문은 미래 법률서비스인 ‘리걸 테크’다. 전문 부서인 e율촌(eYulchon)을 통해 법률적 전문성과 리걸테크 솔루션을 접목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독자적 법률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 고객 요구에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태평양이 구상 중인 경영 계획의 핵심은 해외 시장 확대. 상가포르 사무실을 중심으로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 네크워크를 활용해 활동영역을 남아시아까지 확대한다.
정계성 김앤장 대표 변호사는 “로펌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 인재 확보와 육성이 중요하다”며 “우수 인재 영입·양성은 물론 고객을 위한 서비스마인드 강화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룡 화우 대표 변호사는 “유연하면서도 집중력을 갖춘 조직 문화와 효율적 인원 배치가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6개 로펌 대표 변호사는 국내 법조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요소로 신뢰 추락·정치 사법화를 꼽았다. 해결책으로는 탈(脫)정치와·소통을 통한 사회통합 등이 제시됐다. 김상곤 광장 대표 변호사는 “정치적 양극화가 사법 시스템에 엄청난 불신을 가져오고 있다”며 “선출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비(非)선출인들에게 사법권을 맡기는 사법시스템을 모르고, 선출된 권력만이 다인 것으로 주장되는 사례가 만연하면서 또 다른 사법 불신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종환 세종 대표 변호사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에 사회 곳곳에서 대립과 갈등, 분열이 계속되고 있다”며 사회 각계가 통합과 상생을 이뤄내기 위한 노력을 그 어느 때보다도 기울여야 할 시점”이리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