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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수학자, 100년 된 FDA 수식 오류 잡았다

■'약학과 협업해 新약물예측식 제시' 김재경 IBS 그룹장

신약 안전성 등 정확한 측정위해

충남대 약대 교수진과 6년 연구

FDA 수식서 1000배 오차 발견도

새 수식 정확도 80%, FDA는 38%

향후 신약개발 등에 기여 기대감

김재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장(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사진 제공=IBS김재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장(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사진 제공=IBS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쓰이는 수학식이 있어요. 많은 약학자가 쓰고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표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의생명 분야의 ‘근의 공식(방정식을 푸는 공식)’으로 불리죠. 그런데 수학자인 제 눈에는 완벽한 식이 아닌 거예요. 이 식을 더 정확하게 고친 우리 연구는 앞으로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겁니다.”



김재경(41·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수리및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장(KAIST 수리과학과 교수)은 4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그룹장은 수학자, 그중에서도 의생명 분야를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수리생물학자’다. 2005년 학부를 졸업한 후 우연히 ‘수학을 이용해 심장 질환을 연구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하고 수학의 무궁무진한 활용성에 눈을 떴다. 이후 미국 미시간대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수리생물학에 뛰어들었다.

그는 2017년 여름부터 채정우·김상겸 충남대 약학대학 교수와의 공동 연구 끝에 의생명 분야의 유명한 식인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을 기존보다 두 배 정확하게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IBS에 따르면 김 그룹장, 채 교수, 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을 제시해 지난해 12월 15일 임상약리학 분야 학술지 ‘임상약리학 및 약물치료학’에 성과를 발표했다. 약물 상호 예측 수식은 여러 약물이 몸속에 들어올 경우 서로 미치는 영향, 이로 인한 부작용이나 약효 감소 효과 등을 예측하는 식이다.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면 몸속에서 약물을 분해하는 물질인 ‘효소’가 예상보다 많거나 적게 만들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약물도 예상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분해될 수 있다. 약물을 처방하거나 신약을 개발할 때는 물론 시판 전 의약품 허가를 받을 때도 이런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해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김 그룹장은 “다만 시중에 나온 약 1만 2000종의 의약품들의 상호작용을 기업·연구기관·연구자가 일일이 실험으로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신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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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을 제시한 국내 연구팀. 송윤민(왼쪽부터) 기초과학연구원(IBS)·KAIST 박사과정생, 김상겸 충남대 약학대학 교수, 김재경 IBS 그룹장, 채정우 충남대 약학대학 교수, 짠 티 뀌엔 충남대 박사과정생, 응옥안 티 부 충남대 박사과정생. 사진 제공=IBS새로운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을 제시한 국내 연구팀. 송윤민(왼쪽부터) 기초과학연구원(IBS)·KAIST 박사과정생, 김상겸 충남대 약학대학 교수, 김재경 IBS 그룹장, 채정우 충남대 약학대학 교수, 짠 티 뀌엔 충남대 박사과정생, 응옥안 티 부 충남대 박사과정생. 사진 제공=IBS


FDA가 1997년 표준으로 삼은 수식은 1913년 만들어진 ‘미카엘리스 멘텐’ 식을 기반으로 한다. 효소의 반응 속도(약물 분해 속도)를 계산하는 식이다. 100년 이상 쓰였고 22만 편 이상의 논문에 인용될 만큼 의생명 분야에서는 패러다임으로 통하지만 김 그룹장은 이것이 불완전하다고 봤다. 이 수식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값인 ‘효소의 농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계산 결과도 비교적 오차가 크며 이 때문에 별도의 보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김 그룹장은 “미카엘리스 멘텐 식은 효소의 농도가 낮을 때만 계산 결과(효소의 반응 속도)가 정확하다. 효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그 값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예측값을 사용하는데 김 교수와 함께 실험해보니 예측값과 실제 실험값이 1000배 이상 차이 나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FDA 수식을 고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연구팀은 ‘효소의 농도’값을 정확히 몰라도 계산 가능한 새로운 수식을 만들었다. 실제 약물의 상호작용 정도를 수식 결과와 비교해보는 실험을 수행한 결과 보정 전 FDA 수식의 정확도(정해진 오차범위 내에서 예측한 비율)가 38%일 때 연구팀의 수식은 80%에 달했다. 김 그룹장은 이것을 “근의 공식을 기존 1차 방정식보다 더 정교한 2차 방정식으로 바꾼 격”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향후 신약 개발 등 의약 연구의 발전에 기여하고 FDA의 수식도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FDA 수식이 이것 말고도 여러 개가 있는데 다음 단계로 ‘두 번째 수식 격파’에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위)과 기초과학연구원(IBS)·충남대 연구팀이 이를 개선해 새로 제시한 수식(아래). 사진 제공=IBS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위)과 기초과학연구원(IBS)·충남대 연구팀이 이를 개선해 새로 제시한 수식(아래). 사진 제공=IBS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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