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에 6700억 원 넘는 투자를 지난해 직접 단행한 산업은행이 새 해 첫 벤처 투자를 개시하며 올 해 활발한 투자 활동을 예고했다. 중소 벤처업계는 최대 국책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최근 얼어 붙은 벤처캐피탈(VC)들의 투자 심리를 녹여줄 지 주목하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물류·공장 자율주행 로봇 생산 업체인 시스콘에 100억 원을 새 해 첫 투자로 완료했다. SBI인베스트먼트가 100억 원을 투자해 총액은 200억 원에 달했다.
시스콘은 2013년 인천광역시에서 출범해 물류 분야 자율주행 로봇과 자동화 생산 설비를 개발·양산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브이원텍(251630)이 2021년 인수해 경영권을 보유 중인데 작년 3분기까지 매출은 81억 원, 당기순손실은 29억 원을 기록했다.
브이원텍은 지난해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함께 부산에 위치한 또 다른 물류·공장 자동화 설비 업체 한성웰텍을 인수한 후 10월 시스콘에 합병시키며 회사의 덩치를 키운만큼 지난해 전체 매출은 크게 늘어났을 전망이다.
시스콘은 이번 투자 유치를 위해 2일 투자자를 상대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완료했으며 기업가치는 1000억 원 가량을 인정 받았다. 물류 시장이 커지면서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경쟁력이 높은 시스콘의 성장성이 입증 됐다는 평가다.
시스콘은 향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투자 기관들의 자금 회수를 지원하는 한편, 국내외 판로를 넓혀 흑자 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은 운영 자금으로 활용하면서 설비 자동화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산은은 지난해 국내 중소 벤처기업에 총 6721억 원을 직접 투자하며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주도했다. 펀드 등을 활용한 간접 투자 382억 원과 대출 769억 원을 포함하면 지난해 투자한 총액은 7872억 원에 달했다. 산은은 올 해도 작년과 비슷한 7000억 원 이상을 벤처 기업에 공급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급속도로 위축된 벤처캐피탈 분야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데 산업은행의 투자가 마중물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제조업 중심의 지역 산업을 신산업으로 변모시키고 벤처투자 플랫폼을 활용해 취약한 지역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