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승리의 여신: 니케’ 등 흥행작을 배출하며 어엿한 ‘주류’로 부상한 서브컬처 게임의 경쟁이 올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에버소울’을 시작으로 네오위즈, 조이시티 등 국내 게임사 다수가 상반기 중 일제히 서브컬처 게임을 선뵐 계획이다. 미소녀를 전면에 내세운 서브컬처 게임은 국내는 물론 일본·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장르인 만큼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 확장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일 카카오게임즈는 서브컬처 게임 ‘에버소울’을 정식 출시했다. 전날부터 진행된 사전 다운로드만으로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2위에 안착하며 안정적인 시작을 알렸다.
에버소울은 미소녀 캐릭터를 모으는 재미를 살린 것은 물론, 이들과 문자를 주고받거나 데이트를 하는 등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를 접목해 타 서브컬처 게임들과 차별화했다. 특히 일본 유명 지식재산권(IP)을 사온 게 아니라 한국 개발사 ‘나인아크’가 직접 제작한 ‘토종’ 게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게임에는 이순신 장군을 숭상하는 한복 차림의 캐릭터 ‘순이’가 등장하는 등 한국적인 요소가 강하게 녹아 있다. 서브컬처 게임은 주로 미소녀 캐릭터와 판타지 세계관을 소재로 그동안 하위(Sub)문화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주요 장르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에버소울을 시작으로 이번 상반기에만 다수의 서브컬처 게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일본 매출 1위를 차지한 ‘헤븐 번즈 레드’ 등 외산 게임들이 밀려드는 가운데 빅게임스튜디오(펄어비스 계열사) '블랙클로버 모바일', 조이시티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2' 등 국내 게임사 신작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스타시드는 중국 서브컬처 명가로 불리는 빌리빌리와 배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서브컬처 신작이 풍년을 이루는 것은 그만큼 시장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한동안 매니아들의 전유물로만 취급돼 왔지만, 지난해 ‘우마무스메’,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이 리니지를 제치고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에 오르며 주류 장르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은 글로벌 흥행에도 효과적인 수단이다. 세계 2·3위 시장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주류 장르로 통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프트업 ‘니케’와 넥슨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처 종주국인 일본에서 각각 매출 1위, 2위를 기록하며 국내에서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일본에서 고전해 오던 국내 게임이 최근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것도 서브컬처 게임의 공이 크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의 대일본 수출은 지난 2021년 전년 대비 6.7%포인트(p) 증가한 9억 1065만 달러(한화 1조 1583억 원)을 기록해 모든 나라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이같은 일본 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해 카카오게임즈도 에버소울을 일본 외 지역에서 선출시해 완성도를 높인 뒤 내년 3분기 일본 시장에 별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이 한국 게임 7종에 무더기로 외자판호를 내주면서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은 일본과 함께 글로벌 최대 서브컬처 게임 시장으로 꼽힌다. 전세계 서브컬처 게임 중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원신’ 또한 중국 게임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장르인 수집형 RPG의 60% 이상이 서브컬처 게임”이라며 “상반기 서브컬처 게임을 출시하는 카카오게임즈와 조이시티의 경우 중국 시장에 대한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