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성장세 꺾인 적 없는 리튬·배터리"…전세계, 방전 없는 電쟁

■배터리 전쟁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中, 1940년대 투자●'리튬 무기화'

韓 '배터리의 나라'로 완성품 주도

호주선 국가 간 '외교 지렛대' 사용

美는 IRA 앞세워 공급망 확대 등

배터리산업 가치사슬·시장 흐름 조망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전기차로 바뀌었음을 이제는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19세기 말 처음으로 가솔린 엔진이 발명된 이래 교통 분야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라는 평가도 있다. 전기차에는 전력을 저장할 배터리가 필수다. 이미 교통수단을 배터리로 가동해서 석유 수요의 50%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며, 최신형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 한 번으로 5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전쟁’은 시장분석·금융서비스 업체 S&P글로벌의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가 배터리 산업의 가치사슬과 에너지 패권, 시장 흐름을 조망한 책이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부터 배터리 산업에 대해 “리튬과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는 꺾인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전기차 시장이 매년 50% 이상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각국이 2050년을 전후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하면서 산업을 떠받치기 때문이라는 게 그 근거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도 그저 상품의 하나일 뿐이라며 그 중요성을 저평가했지만, 뒤늦게 지역 내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전경.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포스코홀딩스의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전경.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


저자는 이 책에서 원료 채굴부터 가공, 제조와 재활용 등 배터리 산업의 전 분야를 조망하며, 지역적으로는 한중일 3국은 물론 유럽·북미·남미·호주 등 전 세계를 아우른다. 우선 배터리의 필수 광물인 리튬 산업의 선두주자인 중국은 1940년대부터 리튬의 가능성을 알아본 나라다. 신장위구르 지역에 묻힌 대량의 리튬을 발견한 뒤 배터리 산업의 핵심소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전략 광물로 활용한다. 이후 2000년대 만들어진 리튬 생산업체 간펑리튬과 텐치리튬은 정부의 육성 정책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로 성장했다. 일종의 ‘자원민족주의’다.

총 4700만t의 리튬이 매장돼 있어 ‘리튬 삼각지대’로 불리는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에서도 리튬은 정치적 쟁점이다. 볼리비아의 경우 여러 나라의 기업과 정부가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단순 기술지원을 넘어 리튬 생산·가공 전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볼리비아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리튬 생산 과정에서 빚어진 환경 파괴와 원주민의 경제적 소외 문제가 대두된다.



리튬은 국가 간 외교의 지렛대로 쓰이기도 하는데, 연간 생산량 30만t에 가까운 리튬 광산을 대중 외교에 활용하는 호주가 좋은 예다. 이들 광산은 중국의 리튬 기업들이 적게는 5%, 많게는 45%까지 지분을 갖고 있지만, 호주 정부가 각종 법적 장치를 동원해 자원 통제권을 유지한다. 중국은 환경 문제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 내연기관을 단계적 퇴출해야 하는 동시에 자국 내 리튬 채굴량도 줄이고 있기에, 호주산 리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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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의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공장. 사진제공=포스코포스코그룹의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공장. 사진제공=포스코


원료인 리튬 뿐 아니라 배터리 완성품을 만드는 산업도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메이저 배터리 생산업체를 보유한 진정한 ‘배터리의 나라’ 한국이 등장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한국의 배터리 산업에 대해 “일본의 덕목인 ‘품질’과 중국의 덕목인 ‘규모’를 동시에 구현한 공급망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존재는 유럽의 배터리 산업에 희망적 존재다. 유럽은 2010년대 초반까지 배터리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나,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2015년부터 부품 생산과 설비 건설을 위해 한국 기업들을 유치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각 폴란드와 헝가리에 공장을 건설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처음 상용화했던 일본, 배터리 연구의 시초 격인 미국은 현재 이러한 가치사슬에서 뒤처진 상태다. 일본은 갈라파고스 현상 속에 니켈 메탈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사용하는 도요타, 테슬라에 리튬 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과 스미토모 정도만 눈에 띈다. 미국은 시장 점유율이 낮고 특허를 활용한 수익 창출 정도만 이뤄지는 정도다. 다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시행과 같은 산업 부양책이 변수로, 저자는 “미국에서 셰일 혁명에 비길 만한 배터리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임페리얼 카운티에 위치한 CTR의 수산화리튬 채굴 및 발전 시설. 사진 제공=CTR미국 캘리포니아 임페리얼 카운티에 위치한 CTR의 수산화리튬 채굴 및 발전 시설. 사진 제공=CTR


책은 또한 리튬의 채굴 과정에서 빚어지는 환경 파괴의 문제, 수명을 다한 배터리가 야기할 폐기물 문제도 언급하는데, 그 대책으로서 이른바 ‘도시 광업’으로 불리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소개한다. 배터리의 재활용은 자원의 한정성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필수적이다. 중국의 경우 전기차용 배터리의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재활용된 배터리는 5G 통신망용 설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쓰인다.

저자는 배터리 산업에 대해 “발전도 있겠지만 막다른 길도 경험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처럼 배터리 분야에 많은 인재와 자본이 투입된 적이 없다”며 긍정적 전망을 잃지 않는다. 특히 2050년 목표의 세계적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저장 가능한 배터리 산업이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2만원.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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