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형 바이오부장
중국은 8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의무 검사를 없애고 8일간 격리 의무도 폐지한다. 지난해 말 방역 정책을 기존의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중국은 대규모 감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4억 인구 중 6억~8억 명가량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들은 초긴장 상태다. 미국·일본 등 각 국가들은 물론 우리나라도 방역 장벽을 높였다. 이달 2일부터 중국발 단기 체류 입국자 전원 PCR 검사를, 5일부터는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도 의무화했다. 7일부터는 중국인들의 주요 경유 입국 국가인 홍콩·마카오발 입국자들도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새해 봄에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희망이 물거품이 될 위기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대외적인 상황이 국내 전파로 이어질 경우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이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중국이 ‘코로나19 글로벌 민폐 국가’로 전락할 것은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는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과 더불어 자연 감염을 통한 면역 확보를 동시에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확진자 수,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 변이 바이러스 등 다양한 정보 통계들은 전략 수립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인적 교류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기 때문에 범지구적인 대응은 필수였고 정확한 정보 통계는 핵심 자료였다.
중국 정부도 지난 3년간 주기적으로 코로나19 통계를 발표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신뢰하지 않았다. 강력한 봉쇄를 주축으로 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통계를 조작·왜곡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의 발표 수치는 국민들의 체감 수치와 너무 달랐고 중국 정부는 편의에 따라 통계 표본을 수시로 바꿨다. 지난해 12월 유출된 중국 정부의 내부 회의록은 충격적이었다.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0일 누적 2억 4800만 명이 확진됐고 12월 20일 하루 신규 확진자는 3699만 6400명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누적 확진자는 6만 2601명, 20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는 3101명에 불과했다. 어마어마한 차이다. 논란이 일자 중국 정부는 결국 지난해 12월 25일부터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현재는 지방정부들이 중구난방 식으로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아 말을 아껴왔던 세계보건기구(WHO)마저 입을 열었다. WHO 관계자들은 4일(현지 시간) “현재 중국에서 발표되는 통계는 중환자 수, 사망자 수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과소평가돼 있다”며 “입원자와 사망자 등에 대한 정보를 WHO와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믿을 수 없는 통계’가 끼치는 민폐는 심각하다. 중국 내 다양한 변이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신뢰성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자체 검사를 실시해 변이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중국 현지의 코로나19 유행세가 잠잠해지면 방역 장벽도 낮춰야 하지만 믿을 만한 통계가 없다 보니 그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일상 회복의 후퇴는 공급망 등에 대한 불안을 다시 일으켜 전 세계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 사례에서 보듯 정확하고 투명한 국가 통계는 정책 수립·시행·평가·수정의 근간이 되고 국제사회의 신뢰받는 일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필수다. 최근 국내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을 감추려고 소득·고용·집값 등 주요 통계를 고의로 왜곡했다는 의혹이 일어 감사원이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통계 조작 의혹이 사실이라면 충격이다. 정부가 정치적 치적 달성을 위해 통계를 조작·왜곡했을 때의 결과를 우리는 중국의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생생히 목격하고 있다.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2018년 임기를 11개월 앞두고 소득 통계 표본 논란으로 경질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이임식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힘겹게 전한 말이다. 이 문장은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고 중국에도 맞고 우리나라에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