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명 상표권을 패션으로 탈바꿈시켜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라이선스 패션'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야구 리그 ‘MLB’부터 자연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최근 몇 년 간 이종 협업을 내세운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패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며 성장동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으로 국내 의류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 어패럴'을 전개하는 감성코퍼레이션은 올해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 해외 첫 매장을 낼 예정이다. 스노우피크는 일본 프리미엄 캠핑용품으로, 캠핑 마니아 사이에서 '캠핑계 에르메스'로 불릴 만큼 고급 브랜드로 통한다. 2020년 코스닥 상장사인 감성코퍼레이션이 국내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의류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스노우피크는 중년층 위주였던 기존 아웃도어 시장에서 20~30대를 겨냥한 디자인을 내세워 론칭 3년 만인 지난해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주요 대형 백화점을 비롯해 국내 오프라인 매장 수는 총 130여 개로 늘었다.
라이선스패션의 대표주자인 'MLB'는 올해부터 중국 외 진출국을 본격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MLB는 김창수 F&F 회장이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와 계약을 체결해 라이선스를 확보한 뒤 국내에 선보인 패션 브랜드다. 현재 중화권 국가 외에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며 필리핀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진출이 예정돼있다. MLB의 경우 이미 매출의 70%가 국내외 중국 소비자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반면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팔리는 내국인 매출은 지난해 2800억 원에서 올해 2900억 원으로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가 전개하는 아웃도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홍콩을 넘어 올해 중국 상하이에 깃발을 꽂는다. 미국 다큐멘터리 채널을 운영하는 미국 비영리재단 내셔널지오그래픽은 2016년 더네이쳐홀딩스를 통해 국내 의류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에는 홍콩에 진출한 뒤 현재 6호점까지 오픈했으며, 지난해 1~10월 기준 현지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160%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관계자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 등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하이라이트브랜즈의 '코닥 어패럴'과 F&F '디스커버리' 등이 해외 판권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는 국내 판매 라이선스만 확보 중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남아있는 반면 국내는 의류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지출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 항목중 의류비는 93으로 1년 전의 96보다 떨어졌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의류를 구매할 의향이 없다는 의미다. 팬데믹 기간 고가 의류 수요가 늘어난 데다 고물가에 씀씀이를 줄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여파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