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한국판 ‘차터 스쿨’





2009년 7월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교육 개혁 프로젝트 ‘정상을 향한 질주(Race to the Top)’를 발표했다. 그는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지 못하면 미국은 21세기에 성공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개혁안에는 ‘차터 스쿨(Charter School)’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학력 성취도에 따라 교사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차터 스쿨은 검증된 개인이나 단체가 주 정부와 협약(Charter)을 맺고 학교를 직접 운영하는 일종의 자율형 공립학교다. 일반 공립학교처럼 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만 교과 과정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차터 스쿨이란 개념을 가장 먼저 내놓은 사람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대학에서 교육학을 가르치던 레이 버드 교수였다. 버드 교수가 1974년 쓴 논문 ‘차터에 의한 교육(Education by Charter)’의 골자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있는 공립학교 교사들이 뜻을 모아 ‘차터’를 통해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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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미네소타주에서 최초로 차터 스쿨 법안이 채택된 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현재 약 300만 명의 학생들이 7000여 개 차터 스쿨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의 평등권을 표방하는 차터 스쿨은 종교·성별·인종에 따른 차별을 없애기 위해 시험 없이 입학할 수 있으며 학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반면에 학업 성취도뿐 아니라 명문대 진학률도 높아 인기를 끌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미국의 차터 스쿨처럼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도 특색 있는 교육 과정을 갖춘 다양한 공립고등학교를 육성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교육 개혁안을 내놓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고급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지금도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공교육을 개혁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한국판 ‘차터 스쿨’이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길 기대하는 이유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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