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지역관광의 재미와 가치를 더하는 사회적기업 ‘사계절공정여행’의 백영화 대표라고 한다. 서울 성동구를 기반으로 지역 주민과 여행자가 상생하고 공존하는 여행을 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여행을, 더 나아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친환경 소비문화를 경험하는 가치여행을 실천 중이다(웃음).”
-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사회생활도 이곳에서 시작했으나 결혼 후 출산하면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양평 서종 정배리로 이사를 했다.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는 분교여서 학생 수가 적었고 교육 방식이 자유롭고 흥미로웠다. 그러다 2006년, 학교가 통폐합될 상황이 왔다. 소중한 학교를 지키기 위해 학부모들끼리 뜻을 모아 ‘은행나무 축제’를 열었다. 학교를 알리기 위해 마을의 마스코트를 이용한 거다. 축제의 효과로 전학생이 늘고 마을도 살기 좋아졌지만, 그만큼의 갈등도 있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주민들과 시골 생활을 이어온 토박이 주민 간의 문화 차이가 대표적이다. 또다시 학부모들이 모여 해결 방안을 고민하다가 경기문화재단의 ‘내일을 여는 책방’프로젝트를 알게 됐고,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토대로 제안서를 써서 결국 컨테이너 책방을 받게 됐다. 이 작은 책방이 곧 마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바닥에 배 깔고 재미있게 놀자’라는 취지로 ‘배꼽마당’이라 이름을 지어, 영화도 보고 전시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다. 그때 달력을 만들고 크라우드펀딩도 처음 해봤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직접 해보고 나니 기획에 대한 안목이 생기더라. 아이들이 커가고 내 시간이 생길수록 하고 싶은 기획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고향인 성동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5년 9월 성동협동사회경제추진단의 공정여행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을 수료 후 비로소 ‘사계절공정여행’을 시작했다.”
- 삶이 곧 사업이 된 거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게 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그 어떤 것이든지 삶과 따로 분리되는 게 아니더라. 난 일을 할 때도 충분히 이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여 있는 이 직장이라는 공간이 9시부터 6시까지 빽빽하게 일만 하려고 모인 건 아니잖나. 나는 직장이 팀원끼리 서로 대화를 나누고 격려해주는 자리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사계절공정여행 멤버들도 더 서로를 존중해준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각자 싸 온 음식을 나누기도 하지만 결코 서로의 취향을 강요하진 않는다. 그렇게 지속 가능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웃음).”
-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
“성동구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공정여행 투어를 한다.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여행 상품을 만들고 선보이고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공정여행’이란 이름으로 총 5,000명 이상의 투어 참여자들을 만났다. 흔히 말하는 힙한 공간부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까지. 성동구와 서울 안에서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을 간다. 공정무역스티커투어, 성수동마을여행, 사회적경제둘레길 등 참여대상과 성격에 따라 투어 종류가 다양하다.”
- 다양한 활동 중 특히 집중하는 게 있다면.
“무장애관광이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여행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지하철역, 공원, 쇼핑몰 등의 편의시설은 사실 장애인이 다니기 어려운 곳들이 정말 많다. 다수가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레일을 쇠사슬로 꽁꽁 묶어 놓는다든지, 엘리베이터가 없다든지. 그런 곳들을 확인해 담당 공무원에게 시설 개선에 대한 의견을 주기도 한다. 그런 시설들이 개선된다면 비장애인에게도 분명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 이밖에 소개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
“여러 활동이 인연이 돼 많은 교육도 해왔다. 최근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진행했다. ‘장애인이 여행의 즐거움들을 알려주는 코디네이터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이다. 열의를 가지고 계신 분들, 지속적인 사회활동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10회가 모자랄 정도였다. 장애인 여러분과 할 수 있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일들을 앞으로도 많이 해나갈 생각이다. 진행한 사업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카페 등 여러 채널에 선보이고 있다.”
- ‘중년’이자 ‘여성’으로서의 창업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없었나.
“중년의 여성으로서 창업하는 게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다. 돌봐야 할 가정, 자녀가 있다면 더 그렇다. 하지만 나처럼 지내는 환경 안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수도 있고, 여성사업가로서 활용할 수 있는 지원사업을 찾아볼 수도 있다. 어려운 점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사회적기업을 통해 창업의 꿈을 실현하고, 건재하게 사업을 이어나가는 여성대표들이 많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매몰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차근차근 실천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성동구 토박이로 알고 있다.
“맞다. 나는 1970년에 서울 금호동 달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머니는 금호동 금남시장에서 일했으니 완전 성동구 토박이인 셈이다. 어려서부터 동네 이웃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먹거리는 물론 힘든 일 기쁜 일 다 같이 나눴다. 그렇게 청소년기까지 보내다가 동네가 재개발되고 하나둘 아파트가 생겨나고 성인이 되고 나니 동네와 가족이 공중분해 됐더라. 스무 살이 되자마자 취업을 했고, 증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풍물과 야학을 했다. 경험치가 확대된 시기였다. 어렸을 땐 그저 ‘동네’로 보였던 금호동이 점점 ‘공동체 사회’로 보이더라.”
- 토박이로서 변해가는 성동구를 보면 어떤가.
“여행하면서 느낀 건 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거다. 동네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주민들에게 생활의 편익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무시할 순 없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공감대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끼리 공유해도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런 장소 하나 하나를 모은 게 저희 사계절공정여행 투어들이다. 그리고 이 투어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해 줄 ‘공누리’가 있다.”
- 성동구의 마스코트도 만들었다고.
“성동구의 랜드마크는 ‘서울숲’이지 않나. 누구나 쉽게 올 수 있고 좋아하는 곳이다. 그럼 마스코트는 무엇이 있을 지 고민해봤다. 예로부터 말을 기르던 ‘마장’이란 이름에서 유래가 된 ‘마장동’, 넓고 비옥한 평야에서 말을 타고 무술을 연마했던 ‘연무장’ 등을 생각해보니 바로 ‘말’이더라. 말을 이용해 귀여운 성동구의 마스코트를 만들어보자 해서 팀원들과 가족들까지 의기투합하여 캐릭터 ‘공누리’를 탄생시켰다. 시제품으로 스티커, 엽서를 만들어보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계속 다듬어 가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무장애여행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통해 자립생활센터 출신의 장애인 코디네이터를 배출하고 그분들이 진행하는 투어프로그램도 운영을 하고 싶다. 사회적경제 둘레길, 공정무역투어, 성수그린피크닉 등 기존 기획 및 실행했던 투어들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한다. 메타버스에서 간단한 조작으로 실제 성동구의 여러 장소를 다녀보는 ‘시니어스마트트립’도 더 많은 분께 선보이려고 한다. 지역관광의 재미와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일이라면 멈추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