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일부 비자 발급을 중단한 지 하루 만에 도착비자 발급과 무비자 경유 조치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를 취한 국가 중 한국과 일본만을 상대로 보복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을 경유하는 항공편 이용자들까지 혼란에 휩싸였다.
11일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은 홈페이지에서 “최근 소수 국가가 중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를 실시함에 따라 출입국관리청은 이날부터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72·144시간 경유 비자 면제 제도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중국의 단기비자 발급 중단에 대해 “방역 정책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근거에 따른 자국민 보호의 문제인 만큼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하라”고 외교부에 주문했으나 중국은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라는 추가 보복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도착비자는 긴급한 경우 중국에 비자 없이 도착해 공항이나 항구에서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초청이나 긴급한 비즈니스 등의 사유, 환자 방문과 장례 목적 등으로 중국에 와야 하는 경우 10일에서 최대 1년 이내의 도착비자를 발급해왔다. 무비자 경유는 중국을 경유해 제3국(홍콩·마카오 포함)으로 가는 국제선 항공권을 가진 승객에게 입국 이후 72시간 또는 144시간 이내로 도착 지역에 한해 머물 수 있도록 비자를 면제하는 제도로 중국은 18개 성(자치구·직할시), 23개 도시, 30개 공항과 항만에서 해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창사·구이린·하얼빈 등 3개 도시는 72시간, 베이징·톈진·스자좡·친황다오·상하이·항저우·난징·선양·다롄·칭다오·청두·샤먼·쿤밍·우한·광저우·선전·제양·충칭·시안·닝보 등 20개 도시의 27개 공항과 항만에서는 144시간 비자 면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상 국가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6개국을 포함해 총 53개국이지만 중국은 이번에 다른 국가들을 언급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에만 무비자 경유 제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무비자 경유 제도가 중단됨에 따라 일반 경유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조치를 이유로 한국이나 일본에서 중국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서 10일 한국인의 상용비자(M, 지방정부 초청장(PU) 발급 시 예외), 방문비자(F), 가족동반단기비자(S2) 등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하며 "한국의 대중국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된다”고 밝혔다. 일본에 대해서는 일반비자 발급을 중단하며 한국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반면 중국발 입국자의 방역 조치를 강화한 미국·호주와 유럽 등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날 “중국 측과 불필요하게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이유는 없다”며 "우리 입장을 중국 측에 잘 설명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정례 기자회견에서 "비자 발급을 제한한 것은 극히 유감"이라며 "중국 측에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하면서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