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12일 진행한 공청회에서 유가족·생존자들은 참사 당시 구조 당국 대응 등 정부의 태도가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여야도 진술인들의 발언을 토대로 정부 배석자들을 비판하면서 진상규명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 상인 1명이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생존자들은 참사 당시 현장 대응 인력이 부족한 상황 등을 가감 없이 전했고 유가족들은 사망자 확인 과정의 혼선 등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존자는 “사람들이 모두 정신을 잃고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왜 소수의 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많은 인원이 투입됐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참사로 오빠를 잃은 조경선 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갔으나 경찰이 제지해 만져보지도 못했다”며 “오빠 행적을 찾고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구급일지를 요청했지만 비공개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유족들은 참사 이후 정부 대응에도 총체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족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사과, 책임은 뒤로하고 다급히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한 정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여론 조작으로 유가족을 분열하게 할 생각하지 말고 정부답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최선미 씨는 “트라우마센터에 ‘경찰의 잦은 연락이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더니 경찰이 전화를 걸어와 ‘많이 불편하셨나봐요’라고 했다”며 “상담 내용이 경찰에 알려지는데 정부를 어떻게 믿나”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자신들의 요청에도 끝내 공청회에 나오지 않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여권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생존자 김초롱 씨는 “제게 2차 가해는 장관, 국무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며 “‘예전에 비해 우려할 정도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이상민) 장관 첫 브리핑을 보고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국조특위 활동 기간 여당 위원들의 진상규명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항의도 터져나왔다. 유가족 서이현 씨는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는 이 장관 등을 염두에 둔 듯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를 명령한다”고 했다.
참석자 모두 국조특위가 종료된 후에도 추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에 한 목소리를 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유가족이 느끼시는 무력감, 고립감 등 그런 심정들을 충분히 보듬어주는 시스템이 되지 못 했다는 점에 대해 여당 간사로서 굉장히 죄송하다”며 “오늘 공청회를 계기로 유가족분들과 함께 충분히 소통하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많이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도 “국조특위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만 여기서 저희는 끝나지 않는다”며 “저희들은 사명을 가지고 정말 여러분들 고인에 대한 위로와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최선을 다해서 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이 자리를 빌려서 드린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진상규명과 피해자를 위한 여정이 끝나지 않았다”며 “이태원 참사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유족과 생존자들도 유족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꾸릴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유가족과 생존자 뿐만 아니라 여야 의원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는 등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사로 아들을 잃었다는 김호경 씨는 “아들은 키가 엄마보다 커진 뒤 자기가 엄마를 지켜 준다고 했다”며 “지금 그곳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할 거 같아 ‘엄마에게 미안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연신 울먹였고 이를 듣던 민주당 소속 우상호 위원장도 눈물을 훔쳤다.